국내 최대의 에틸렌 생산업체인 여천NCC가 출자회사인 한화와 대림산업 간의 갈등이 확대되면서 또다시 어려운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음은 안타까운 일이다. 3일에는 이준용 대림산업 회장이 신문광고를 통해 김승연 한화 회장에게 공개면담을 요청하고 나섰다. 이를 계기로 노·사갈등에 이은 사(使)·사(使)갈등에다 출자그룹 오너간 갈등까지 겹쳐 사태는 혼미를 거듭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여천NCC는 한화석유화학과 대림산업이 지난 99년말 자율빅딜 형식으로 50대50의 지분을 출자해 설립한 회사로서 자율빅딜의 모델케이스로 성장할 수 있을지 업계의 주목을 받아왔다는 점에서 최근의 사태는 일단 실망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한화와 대림의 갈등은 지난 5월 여천NCC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면서 표면화됐다. 공권력을 투입해서라도 불법파업을 원칙대로 처리해야 한다는 한화측과,시간이 걸리더라도 대화로 풀어야 한다는 대림측의 입장이 맞섰고 결국 공권력 투입 직전 이준용 회장이 노조측과 현지 담판을 벌여 파업중단을 끌어내면서 한화측의 반발이 컸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리는 여기에서 어느쪽이 옳고 그르고를 가리려는 것이 아니다. 끝까지 노사대화를 중시하는 대림의 입장이나 불법은 결코 용납돼선 안된다는 한화의 입장에는 모두 나름대로의 논리가 있다고 본다. 다만 어느 쪽에 더 무게를 두느냐는 그때그때의 상황이나 사업장의 특성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이며 그 결정은 사업장 사정을 가장 잘 아는 경영진의 판단에 맡기면 될 일이다. 이 시점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파업후유증을 조속히 해결하고 경영을 정상화하는 일이다. 여천NCC는 작년에 2백8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으며 올해는 적자폭이 1천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우려되는 기업이다. 노사가 똘똘 뭉쳐도 적자를 벗어나기가 힘들 터인데 노·사갈등에 사·사갈등까지 겹쳤으니 '이꼴을 보려고 자율빅딜을 했던가'하는 탄식이 흘러나올 만도 하다. 여천NCC는 설립 후 1년반 내내 노·사간,사·사간 불협화음이 지속돼왔다는 점에서 빅딜과 구조조정의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때문에 이번 일은 다른 기업의 사업교환이나 구조조정에도 악영향을 미칠지 모른다는 점에서 특별한 관심을 갖고 대처해야 할 일이다. 여천NCC가 생산차질을 빚음으로써 에틸렌 공급을 못받아 애를 먹고 있는 많은 관련업체들을 생각해서라도 한화와 대림은 감정을 자제하고 하루빨리 경영정상화를 위해 협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