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 반도체를 둘러싼 한국의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 미국의 마이크론테크놀로지 등 빅3 메이커들간 감산 논쟁이 뜨겁다. 하이닉스와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반도체 가격의 하락을 막기 위해 생산 물량을 줄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시장에 맡겨야 한다면서 인위적인 감산 계획이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빅3는 전세계 반도체 생산의 55%를 차지한다. 따라서 이들의 감산 여부는 가격에 곧바로 영향을 미친다. ◇ 감산논쟁의 배경 =시장(현물시장) 가격이 원가 아래로 떨어져 팔면 팔수록 손실폭이 커지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가 지난달 작성한 반도체경기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1백28메가 D램(회로선폭 0.22미크론 기준)의 원가는 변동비 0.68∼1.15달러를 포함해 2.29∼2.57달러선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1백28메가 D램의 현물가격은 현재 개당 1.87달러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 5월말까지만 해도 2.3달러선에서 거래됐으나 2백56메가 D램이 시장에 나오면서 지난달 0.5달러나 하락했다. 메이커들의 재고도 크게 늘어 현재 적정재고 9주 생산물량보다 3주나 많은 12주의 물량을 업체들이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연히 반도체 메이커들의 영업실적은 형편없다. 지난 1분기에 6백87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던 하이닉스반도체는 2분기부터 손실을 내고 있다. 미국 마이크론도 마찬가지다. 6월 결산인 마이크론은 지난 3분기(2001년 1~3월)에 매출이 8억1천8백30만달러로 2분기보다 35%나 감소했다. 순익은 3억1백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독일의 인피니온은 적자 누적에 따른 자금 부족을 해소키 위해 대규모 회사채 발행을 검토중이다. 2일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는 인피니온이 올해 기술 관련 업종 사상 최대규모의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준비중이라고 전했다. ◇ 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의 입장 =하이닉스는 이달중 D램 생산량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반도체 가격이 지나치게 하락해 노후 라인을 신규 라인으로 교체하는 동안 생산량을 줄이는 방안을 고려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감산 방안으로 집단 여름 휴가, 웨이퍼(반도체 반제품) 투입량 축소 등의 방안을 생각하고 있으나 회로선폭이 0.19~0.21미크론(1미크론은 1백만분의 1m)인 일부 노후 라인의 시설교체 시기를 이용하는 방식이 가장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고 말했다. 주요 반도체 메이커들은 현재 64메가 1백28메가 D램에 0.18미크론을 주로 적용하고 있으나 일부 라인은 그보다 굵은 노후 선폭을 채택하고 있다. 하이닉스는 이번주중 감산 여부를 최종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크론테크놀로지도 감산 필요성을 적극 제기하고 있다. 이 회사 애플턴 사장은 지난달말 미국 한 잡지사와의 인터뷰에서 삼성전자의 비협조로 반도체 가격을 안정시키지 못하고 있다며 감산 필요성을 제기했다. ◇ 삼성전자의 입장과 전망 =세계 주요 메이저 업체들의 감산 움직임과 달리 삼성전자는 인위적인 감산에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64메가 D램을 점차 줄이면서 2백56메가 D램을 늘리는 방법으로 생산량을 조절할 수는 있지만 여름 휴가철을 이용해 라인 가동을 일괄 중단하는 방식의 감산은 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삼성의 이같은 입장은 세계 1위 업체로서 이번 기회에 시장에서 구조조정이 이뤄지도록 유도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삼성 관계자는 "지난 97년 공급과잉 현상이 빚어졌을 당시 감산을 하지 않았더라면 아시아 후발 업체들이 신규 투자를 하지 않고 일부 정리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펜티엄Ⅲ 이후 PC 시장에 신규 수요가 일지 않고 있어 감산은 공급과잉 현상을 근본적으로 해소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메리츠증권의 최석포 연구원은 "감산의 관건은 동참 범위가 얼마나 크냐는 것이다. 주요 업체들이 일제히 감산을 결정하지 않거나 돈이 급한 회사가 뒤에서 (덤핑으로) 물건을 대량 내놓을 경우 감산 업체만 손해를 볼 위험이 있어 공조 감산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감산이 이뤄지지 않으면 대만 말레이시아 지역의 후발업체들이 적자를 견디지 못하고 도중 하차할 가능성이 크다. 원가가 높거나 D램 비중이 큰 회사 순으로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시장 조사기관인 데이터퀘스트는 최근 올해 전세계 D램 반도체 매출액이 1백40억달러로 지난해 3백15억달러보다 55.5% 감소할 것이라는 더욱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물론 매년 9월부터 계절적인 수요가 일어난 점을 들어 여름만 지나면 수급이 안정되지 않겠느냐는 다소 희망적인 전망도 있다. 박주병.정지영 기자 jb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