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1,300원을 축으로 좌우왕복하는 장세를 보인 끝에 하루만에 1,300원을 회복했다. 달러/엔 환율의 장중 동향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도 변동폭은 그에 따르지 못했다. 물량 부담이 시장에 깊이 인식된 하루였다. 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지난 금요일보다 3.50원 오른 1,301원에 마감했다. 장 막판 달러매도초과(숏) 상태였던 일부 은행권의 달러되사기(숏커버)가 나오면서 1,301원선에서 거래됐던 환율은 국책은행의 매도세와 부닥쳤다. 장중 변동폭은 2.60원에 불과, 6월의 장세를 이었다. 시장에는 수급이나 재료가 크게 부각되는 것이 없다. 달러/엔의 급등락이 수급을 좌우하는 상황에서 환율 변동의 실마리를 찾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인다. 한동안 조용한 흐름을 이으리란 것이 대부분 시장관계자들의 의견.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달러/엔이 오늘까지 포함해 최근 2∼3번 125엔 상향돌파가 막힌데다 124.40엔대에서 튀어올라 저점을 다진 것으로 보여 한동안 방향성없이 좁은 범위에 갇혀 있을 가능성도 커졌다"며 "달러/엔이 조정을 좀 더 거칠 것으로 보여 크게는 아니지만 하향 조정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내일도 환율을 움직일만한 요인이 없어 박스권 장세가 계속돼 1,297∼1,302원 범위를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 흔들린 달러/엔, 휩쓸리지 않은 달러/원 = 달러/엔의 변동에 비해 비교적 달러/원은 진폭이 적었다. 달러/엔의 동향을 따르긴 했지만 속도면에서는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달러/엔은 개장초 125엔을 잠시 넘기도 했으나 이내 내림세를 보이며 124.40엔대에서 바닥을 다지고 124.60엔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일본 수출업체들의 단기 차익을 노린 매물이 내림세를 만들었다. 달러/엔은 지난주 말 뉴욕장에서 124.65엔에 마감했으며 이날 오전중 일본은행(BOJ)가 발표한 단기경기관측(단칸)지수가 지난 1/4분기 마이너스 5에서 마이너스 16으로 악화됨에 따라 지난 4월 10일이후 처음으로 125엔대를 경험했다. 단칸지수에서 대규모 비제조업체는 지난 3월과 같은 마이너스 13을 기록했으며 중소 제조업체와 중소 비제조업체들의 신뢰지수는 각각 마이너스 37과 마이너스 31로 지난 3월말에 비해 소폭 악화됐다. 그러나 이같은 수치는 전문가들의 예상치인 마이너스 18보다 낫고 3/4분기에는 좀 더 개선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달러/엔은 추가 상승이 저지되고 반락했다. 구로다 재무성 국제담당 차관은 "일본 경제가 약화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며 "외환시장의 반응을 예측하기 위해서는 일본 경제뿐 아니라 미국과 유럽의 경제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해 엔화의 추가 약세를 막기도 했다. 그러나 시장관계자들은 엔화 약세 기조가 멈춘 것은 아니며 다시 125엔을 넘는 시도를 이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시중은행권의 이월 네고물량을 비롯, 외국인 직접투자(FDI)자금 등이 물량 압박을 가했다. 또 국책은행이 최근 레벨이 오르기만 하면 물량을 내놓는 양상을 이날도 1,301원선에서 되풀이했다. 월초 결제수요도 1,299원선에서 등장, 하락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어느 한쪽으로 쉽게 몰릴 수 없는 장세임을 보여줬다. 역외세력은 매수와 매도를 번갈아가며 혼조세를 보였다. ◆ 환율 움직임 및 기타지표 = 환율은 지난 금요일보다 2.50원 높은 1,300원에 한 주를 열었다. 지난주 말 역외선물환(NDF) 환율이 엔 약세를 반영, 1,302.50/1,304.50원까지 오른 것을 따랐다. 개장 직후 잠시 1,299원으로 내려선 환율은 오름세를 타면서 이날 고점인 1,301.50원까지 올라선 뒤 되밀려 1,300원선에서 횡보하다가 추가 물량부담을 안고 1,299.50원에 오전 거래를 마쳤다. 오전 마감가보다 0.30원 오른 1,299.80원에 거래를 재개한 환율은 1,300.20원까지 틈틈이 오른 뒤 달러/엔의 하락에 발맞춰 1,298.90원까지 저점을 내렸다. 이후 환율은 1,299선에서 거닐다가 차츰 범위를 올려 1,300∼1,301원선에서 거래됐다. 국내 증시의 외국인은 지난 금요일에 이어 매수우위를 이어 거래소에서 509억원의 순매수를, 코스닥시장에서 96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환율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장중 고점은 1,301.50원, 저점은 1,298.90원으로 하루 등락폭은 2.60원에 그쳤다. 이날 현물 거래량은 서울외국환중개를 통해 17억7,780만달러, 한국자금중개를 통해 17억1,110만달러를 기록했다. 스왑은 각각 6억6,340만달러, 9억7,870만달러가 거래됐다. 3일 기준환율은 1,300.30원으로 고시된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