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 직장인들은 행복하지 않다. 입사하기도 쉽지 않았는데 승진하기는 더 어려워졌다. 퇴직까지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환경도 못된다. 거기다 다니고 있는 회사가 절대 무너지지 않는다고 장담 할 수도 없다. 노동력 잉여의 시절, 구조조정의 시대에 사는 샐러리맨들의 비운이다. 직장인들이 미래를 위해 뭔가 특별한 준비를 해야 할 것 같은 강박관념에 시달리는 건 이에 비추면 당연한 추세라고 하겠다. 경력 관리, 자기 계발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자연스럽게 넓어지고 있다. 많은 직장인들이 그 대안의 하나로 최근 수년간 인기를 끌었던 MBA, 특히 미국의 MBA 과정을 고려하고 있다. 수년간의 치밀한 준비 과정을 거쳐 진학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특정한 MBA 과정에 합격만 하면 모든 것이 달라지는 것으로 오해하고 덤벼드는 이들도 많다. 이들 외에, 과연 MBA는 지금도 할 만한 것인지를 놓고 고민하는 직장인들도 적지 않다. "MBA 바로 보기" 시리즈는 바로 이 "고민하는 직장인"들을 위해 썼다. 이미 많은 분들이 나름의 결론을 내렸을 것으로 믿는다. 시리즈를 통해 기자가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를 요약하면 이렇다. 첫째, MBA는 누구에게나 유익한 프로그램이 아니라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는 이들에게만 효과가 나타나는 "선택 과목"이다. CEO가 되기 위한 비전을 갖고 있는 직장인들이나 컨설턴트, 투자은행가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분석적 도구와 문제 해결방식을 제대로 배울 수 있는 유용한 과정이다. 그러나 확고한 비전과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세우고 들어가지 않으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정도로 일반적인(general) 면이 적잖고 기간도 짧다. 둘째, 흔히 하는 오해와 달리 "억대 연봉"은 소수에게만 해당되는 예외적인 케이스다. 그것도 주로 세금을 떼기 전의 연봉인 만큼 2년간의 투자를 생각하면 그리 많은 액수도 못된다. 그나마 억대 연봉을 받고 일을 시작하는 이들도 해가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을 이겨내야 한다. 한마디로 "합격"이 끝이 아니라 그 이후가 더 중요해진다. 셋째, 이왕 2년의 세월과 2억원 가까운 돈을 투자하려면 "요령있게" 준비해 "이름값 하는" 학교에 가는게 낫다. 이미 "MBA 인플레"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데다 국내 대기업들의 흡수여력이 부족한 만큼 졸업할 때쯤 "취업난"을 겪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도 컨설팅, 투자은행 등을 빼고는 1년에 1백명 이상 MBA를 뽑는 대기업이 손에 꼽을 정도다. 넷째, 미국 MBA 과정이 필요없다는 결론을 내린 이들도 나름의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자기 계발의 필요성까지 없어진게 아니기 때문이다. 짧은 연수 혹은 비학위 과정 진학 등을 통해 재충전할 수 있는 기회는 더욱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몇 년 뒤 "그 때 MBA라도 할 걸"하며 후회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시리즈에 담긴 이런 결론들은 사실 MBA 준비를 1,2년 해봤거나 이미 재학 중인 사람들은 쉽게 느낄 수 있는 단상들이다. 다만 열심히 일해온 직장인일수록 자기 계발의 기회를 갖기 못한 조바심 때문에 오히려 큰 투자 앞에서 대범해지는 경향이 있다. "어쨌든 하는 것이 안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냐"며 회사까지 그만둘 각오를 하는 이들이 적잖다. 이런 이들에겐 일단 "되면 좋고 안돼도 그만"이라는 여유 있는 자세로 지원 준비를 해 보기를 권하고 싶다. 단, 절대로 회사를 그만둬서는 안 된다. 매일 자신만을 위한 고독한 시간을 내는 경험만으로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MBA는 기껏해야 2년짜리 재교육과정일 뿐이다. 이 시리즈가 진지한 직장인들이 고민하는 시간을 줄이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다면 좋겠다. 메일로 격려와 질문을 주신 많은 분들게 감사를 드린다. [ 한경닷컴 주미특파원.와튼스쿨 MBA재학 yskwon@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