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소비재 시장은 시대를 파괴한 복고풍 상품, 판매시기가 없어진 계절파괴 상품, 성을 파괴한 유니섹스 상품, 제조 주체를 파괴시키는 미투(me-too)상품 등이 유행했다. 건강관련 상품들도 높은 인기를 누렸다.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파괴'와 '건강'이란 두마디로 요약되는 이같은 추세를 상반기 상품시장의 5대 트렌드로 분석하고 있다. 복고풍 상품=시대를 파괴하는 복고풍 상품의 유행은 영화 '친구'로 상징된다. 8백만명의 관객을 동원, 공전의 히트를 했다. 70년대 초반 유행했던 미니스커트와 나팔바지가 부활한 것도 대표적 사례.80년대 유행했던 원색 의류도 큰 인기를 얻었다. 여름이 다가오면서 80년대의 노출패션도 다시 등장했다. 핫팬츠와 미니스커트가 한층 대담해지고 등을 과감하게 드러내는 백 리스, 몸에 딱 달라붙는 탱크톱, 속살이 살짝 비치는 시스루 등도 눈길을 모았다. 계절파괴 상품=4월부터 섭씨 20도를 훨씬 웃도는 기온 때문에 백화점 의류매장에서는 여름 신상품이 일찍부터 날개를 달았다. 5월에는 섭씨 30도를 넘는 무더위가 이어졌다. 봄철에 여름옷 에어컨 대자리 등이 불티나게 팔리는 이변이 일어났다. 대형 백화점의 경우 지난 5월 여름상품 매출이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30%정도나 늘어났다. 선글라스도 계절파괴에 앞장섰다. 여름에만 쓰는 것으로 인식돼 온 선글라스가 1, 2월에 등장, 새로운 패션으로 자리잡았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지난 1월 한달간 선글라스 매출이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1백50% 늘어나 매장 관계자들을 놀라게했다. 성 파괴 상품=남녀의 구분이 없는 유니섹스 패션상품도 인기를 모았다. 스카프 머플러 부츠 등은 올 상반기 남성들이 즐겨 찾은 3대 패션상품.여성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패션 소품을 찾는 남성들이 부쩍 늘어난 것이다. 백화점 관계자들은 "개성적인 남성이 늘어나면서 스카프 같은 패션소품이 예년보다 30~40% 정도 더 팔렸다"고 밝혔다. 제조원 파괴 상품=미투(me-too,모방)상품의 범람은 소비자들에게 제조업체를 혼동케했다. 경쟁업체 주력상품을 거의 베낀 미투 상품은 껌과 소주 등 소비재 상품에서 특히 흔했다. 롯데제과가 내놓은 자일리톨 껌이 선풍적 인기를 끌자 동양제과와 해태제과도 뒤질세라 미투상품을 내놓아 자일리톨껌 시장 성장을 더욱 촉진시켰다. 건강관련 상품=다이어트 상품과 기능성 상품에 대한 열기가 어느때보다 뜨거웠다. 운동용품과 녹차 상품이 잘 나간 것이 이를 입증한다. 실내운동기구인 AB슬라이드는 오프라인 매장은 물론 홈쇼핑채널을 통해서도 불티나게 팔렸다. 녹차가 건강에 좋다고 알려지면서 음료는 물론 주류 면류 화장품까지 상품화됐다. 기능성 상품들도 건강에 초점을 맞춘게 대부분이다. 에어컨은 기본 기능외에 공기정화, 자외선 살균, 항균 등의 부가기능을 붙였다. 코오롱패션은 옷이 피부와 마찰할 때 비타민이 피부에 흡수되도록 만들어진 '비타민 정장'을 내놓았다. 강창동 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