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사흘만에 1,300원 아래로 내려섰다. 달러/엔 환율의 예상치 못한 하향 조정에 따른 공급물량의 출회가 시장을 압도했다. 반기말이자 월말 거래일이라는 점을 고려한 거래자들의 심리는 달러/엔의 동향에 따라 쉽게 요동쳤다. 2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날보다 5.70원 낮은 1,297.50원에 거래를 마쳤다. 개장초 1,306원을 고점으로 오름세를 탔던 환율은 엔화 강세와 월말을 맞은 업체들의 네고물량 공급이 시장을 지배했다. 시장거래자들은 예상치 못한 달러/엔의 하락에 당황하면서 들고 있던 물량을 시장에 투척했다. 업체 결제수요와 외국인 순매수분에 의한 역송금수요는 공급 물량을 감당하지 못했다. 달러/엔 환율이 장 막판 반등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상승추세가 꺾이지 않았음을 확인함에 따라 다음주 환율은 엔화 약세의 추가 진전과 외국인 직접투자(FDI)자금 등의 물량 공급간의 싸움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통신 주식예탁증서(DR)발행대금 22억4,229만달러가 다음달 2일 납입되고 LG전자의 외자유치분중 5억달러 가량이 시장에 나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외국계은행의 한 딜러는 "당초 반기말 수요를 예상해 1,302∼1,306원대 범위를 생각한 거래자들이 많았으나 물량이 예상외로 압도했던 하루"라며 "이제 달러/엔이 124엔대에서 꺾이느냐 반등하느냐가 중요한 키포인트이나 상승마인드는 유효하다고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월초에 따른 사자(롱)마인드가 엔화 약세의 진전에 가담할 수 있다"며 "다음주 거래범위는 1,290∼1,310원의 범위가 굳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른 은행의 딜러는 "일본 경제가 펀더멘털이 바뀔 것이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월요일 단칸지수도 나쁘게 나올 것으로 예상돼 125엔을 시도할 것"이라며 "한통 DR이 개입성으로 엔화 약세에 따른 환율 상승세를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 엔화 강세 + 네고물량 = 시장거래자들의 예상을 넘은 달러/엔의 반락이 네고물량 출회를 부추겼다. 달러/엔이 한때 123.80엔까지 내려서자 월말 고점매도 시점을 노리던 물량이 한꺼번에 나왔다. 달러/엔 환율은 유로 약세, 외환당국자의 엔화 약세 우려발언, 닛케이지수 상승 등이 어우러져 엔화는 개장초 124.70엔대에서 123.80엔대로 가라앉기도 했다. 장 막판 124.20엔대로 튀어올랐다. 28일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엔은 전날 일본에서 산업생산의 3개월 연속 하락과 닛케이지수 하락, 일본은행(BOJ)의 기존 통화정책 유지 등으로 한때 124.97엔까지 도달한 끝에 124.78엔에 거래를 마쳤다. 그러나 125엔을 상향돌파하지 못한 여진이 엔화 강세를 도왔다. 도쿄 외환시장에서 유럽 경제의 장기 침체화 우려로 유로화 약세가 지속돼 엔화가 반사이익을 얻고 닛케이지수 상승이 첨가됐다. 또 시오카와 재무상이 "일본은행(BOJ)이 다음 정책회의에서 금융완화 조치를 단행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엔화의 안정된 흐름을 바라고 있다"고 구두 개입을 통해 엔화를 지지했다. 국책은행의 매도세가 꾸준히 이어졌으며 네고물량이 지속적으로 나와 쌓이면서 스탑성물량이 반복적으로 출회됐다. 역외세력은 골드만삭스 등이 매도쪽에 무게를 뒀다. LG전자가 필립스로부터 외자유치한 11억달러가 이날 입금됐고 절반은 선물환으로 이미 처리됐다. ◆ 환율 움직임 및 기타지표 = 환율은 전날보다 2.80원 오른 1,306원에 출발했다. 뉴욕장에서 역외선물환(NDF) 환율이 엔화 약세 지속으로 1,309원까지 상승한 것을 반영한 것. 개장 직후 다음 거래가 1,303.50원에 체결된 환율은 한동안 오름세를 유지하며 1,304∼1,305원 범위에서 움직이다가 물량에 밀려 보합권에서 시소게임을 펼쳤다. 그러나 달러/엔이 123엔대로 밀리자 1,300.10원까지 저점을 낮춘 뒤 1,300.50원에 오전 거래를 마쳤다. 오전 마감가보다 0.40원 오른 1,301원에 거래를 재개한 환율은 개장 직후 1,301.10원을 찍은 뒤 한동안 횡보했다. 달러/엔이 124엔 아래서의 움직임을 강화하는 틈을 타 환율은 1,300원을 깨고 업체 네고물량까지 가세되면서 1,297.50원까지 저점을 내렸다. 이후 환율은 저가매수세와 달러/엔의 124엔 회복으로 1,298∼1,299원에서 등락하다가 막판 종가관리성 매물로 1,297.10원까지 저점을 경신했다. 국내 증시의 외국인은 오전중 매도세를 보였으나 방향을 바꿔 사흘간의 순매도를 끊고 거래소와 코스닥시장에서 각각 84억원, 55억원의 매수우위를 기록했다. 그동안 환율 하락을 제한하던 요인에 종지부를 찍은 셈. 장중 고점은 개장가인 1,306원, 저점은 1,297.10원으로 하루 등락폭은 8.90원이었다. 이번주 들어 이동폭이 가장 컸다. 이날 현물 거래량은 서울외국환중개를 통해 29억5,450만달러, 한국자금중개를 통해 8억8,320만달러를 기록했다. 스왑은 각각 7억2,320만달러, 2억2,170만달러가 거래됐다. 30일 기준환율은 1,300.70원으로 고시된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