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usiness Week 본사 독점전재 ] 미국 제조업 침체 제2막이 한창 진행중이다. 내용은 제1막만큼이나 우울하다. 이번 드라마는 지난해말 재고조정을 위해 자동차및 관련 업종이 생산감축에 들어가는 장면으로 시작됐다. 이제 무대는 하이테크 업종으로 바뀌었다. 통신 장비업체들은 자동차및 관련업종과 똑같은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 이 드라마가 과연 해피 엔딩으로 끝날까. 아니면 다른 업종으로까지 문제가 확산되는 비극적인 종말을 맞을까. 건실한 소비심리와 정부의 부양책은 해피 엔딩쪽으로 드라마를 이끌어가는 역할을 맡고 있다. 특히 소비심리는 낙관적인 시나리오의 주인공이다. 소비자들의 씀씀이가 지난해보다 약간 소극적으로 변했지만 저금리,세금감면이란 영양제 덕분에 그런대로 버텨줄 것 같다. 영양제의 효과는 3·4분기부터 본격화될 전망이다. 그러나 문제는 소비자들이 서비스와 수입제품을 사는데 대부분의 돈을 쓴다는 점이다. 미국산 제품에 대한 구매는 지난 수년간 꾸준히 하락세를 보였다. 따라서 소비심리 회복을 '최악의 경제국면 탈출'로 볼 수는 있지만 제조업의 회복신호로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제조업의 첫째 문제점은 모든 업종에서 자본지출 삭감이 진행되면서 하이테크 부문의 둔화를 가속화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하이테크 장비에 대한 수요붐은 지난 수년간 산업생산의 원동력이었다. 지난해 하반기만 해도 하이테크 생산은 연율 70%이상 급등했다. 그러나 올해 컴퓨터 통신장비등의 수요는 모두 붕괴됐다. 올 1·4분기 하이테크 장비 출하는 연율 26%나 줄었다. 4월에는 1·4분기보다 32%가 추가 감소했다. 대외여건도 좋지 못하다. 유럽연합(EU)도 경기둔화에 시달리고 있다. 일본은 침체국면에 돌입한 것 같다. 이미 둔화로 고통받고 있는 아시아 각국의 경제는 더 나빠질 공산이 크다. 이에따라 미국의 수출 둔화세는 2·4분기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산업생산은 5월까지 8개월 연속 하락했다. 지난달에는 산업생산이 0.8% 감소를 기록했다. 제조업의 경우 총 19개 산업분야중 4개를 제외한 모든 분야가 지난달 마이너스 성장을 보였다. 그러나 주택부문은 올들어서도 잘 버티고 있다. 주택매매는 4월에는 2.3% 상승했으며 5월에도 0.4% 하락에 그쳤다. 자동차 생산도 5월에 상승을 기록한 '희귀업종'중 하나다. 올 2·4분기에 승용차 생산은 연율 29.2%나 증가했다. 지난해 4·4분기에 23.6%,올 1·4분기에 27.2%나 하락한 것과 비교하면 큰 발전이다. 그러나 컴퓨터,주변기기 통신장비는 연율 14%의 급락을 보였다. 1·4분기 5.7% 하락의 거의 2배에 가까운 수치다. 왜 이런 대조적인 현상이 나타날까. 자동차 업체들은 재고조정을 거의 마무리했지만 하이테크 업체들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이테크 부문의 문제는 3·4분기에도 계속될지 모른다. 5월에 하이테크 장비업체들의 가동률은 70.3%였다. 25년만에 최저기록이다. 심각한 점은 5월까지도 생산능력이 계속 증가세를 보였다는 점이다. 그러나 생산능력이 결국은 하락할 것으로 대부분의 이코노미스트들은 보고 있다. 하이테크부문으로부터 들려오는 소식은 우려할 만하다. 그러나 하이테크는 이미 경제 드라마에서 조연에 불과하다는 점을 잊지 말라.제조업은 GDP의 약 16%를 차지하고 하이테크 장비는 제조업생산의 10%를 차지할 뿐이다. 주연은 단연 GDP의 3분의2를 차지하는 소비지출이다. 따라서 하이테크가 무서운 고통처럼 보이더라도 그리 놀라지 말라.2·4분기에 소비자가 영웅으로 떠오를지 모르니까 말이다. 정리=노혜령 기자 hroh@hankyung.com .............................................................. ◇이 글은 비즈니스위크 7월2일자에 게재된 칼럼 'Business Outlook'중 'Tech puts a drag on manufacturing'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