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쿠릴열도 수역에서의 꽁치잡이 조업문제가 일본의 터무니없는 강경자세 때문에 한·일간 심각한 어업분쟁으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음은 심히 유감스런 일이다. 일본측은 지난 25일 한승수 외교통상부장관과 데라다 데루스케 주한 일본대사간 면담에서도 일본 산리쿠해안 EEZ(배타적 경제수역)내에서 한국 꽁치잡이 어선의 조업을 불허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에 우리정부도 어제 관계부처 대책회의를 열고 강력한 대응방안을 논의함으로써 이제 이 문제는 교과서 왜곡문제에 이어 한·일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는 핫이슈로 비화되고 있는듯 하다. 남쿠릴열도 해역이 일본·러시아 영유권 분쟁 수역이라는 이유로 한국어선의 조업을 문제삼는 일본의 태도는 누가 봐도 억지임이 분명하다. 남쿠릴열도에서의 한국어선 조업은 이 지역에 대한 러시아의 영유권을 인정하는 것과 같다는 것이 일본정부의 해석이다. 그러니 이에 대한 보복으로 일본 산리쿠해안 EEZ내에서의 한국어선 조업권을 빼앗겠다는 것이다. 우리는 무엇보다도 국제법과 관행상 아무런 하자가 없는 우리어선의 조업을 일·러 영토분쟁과 연관시킨다는 것은 억지임을 지적하고자 한다. 영유권분쟁수역내 조업은 실효적 관할권을 가진 국가의 허가를 얻는 것으로 충분하며 이는 제3자가 이래라 저래라 할 사안이 아니다. 또 남쿠릴열도의 영유권 분쟁이 한두해가 된 일도 아니고 거기서 우리 어선들이 러시아의 허가를 얻어 조업을 시작한지도 10년이나 된 터에 갑자기 '주권침해'라니 어안이 벙벙하지 않을 수 없다. 고이즈미정부로서는 7월의 참의원선거를 의식한 정치적 제스처일 수도 있겠지만 한·일어업협정의 기본정신과 한국 어민들의 피해는 안중에도 없는 이따위 방약무인한 태도는 즉각 철회돼야 마땅하다. 우리 정부는 일본이 태도를 바꾸지 않는 한,우리측 EEZ 내에서의 일본어선 조업금지 등 한·일어업협력의 중단도 불사한다는 강경입장을 채택했다고 들린다. 하지만 양국이 상대국에 대해 EEZ내에서의 조업을 금지시킬 경우 우리 어민들의 피해가 훨씬 크다는 점을 감안해 신중하게 대응해야 할 일이다. 산리쿠해안의 조업시기가 8월 중순인 만큼 아직 양국간에 협의할 시간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일본이 그토록 남쿠릴열도에서의 조업에 신경이 쓰인다면 92년처럼 대체어장을 제공하는 것도 한가지 대안일 수 있다고 본다. 양국 모두 한·일어업협정의 기본틀을 깨지 않고 분쟁을 해결한다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