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에는 V자형 회복곡선을 그리게 될 것이라던 세계 D램 반도체 경기가 회복은 커녕,사상 최악의 침체를 기록하게 될 전망이라니 반도체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로서는 이만저만한 충격이 아니다. 수출 주력제품인 128메가 D램의 현물가격은 사상 처음 2달러 밑으로 떨어졌고 64메가 D램도 심리적 마지노선인 1달러 미만으로 하락했다. 128메가 D램의 경우 지난해 7월의 최고가가 18.20달러였으니 1년도 못돼 비교조차 할수 없는 상황이 돼버리고 말았다. 데이터퀘스트는 올해 D램업계의 매출규모가 지난해보다 무려 55.5%나 감소한 1백40억달러에 그칠 것이라는 충격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매출감소폭이 55.1%에 달했던 지난 85년의 시장붕괴 상황이 16년만에 재연되는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앞선다. 일각에선 내년부터 D램 경기가 서서히 회복되기 시작해 2003년에는 또다시 호황을 맞을 것이라는 전망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침체의 최대원인인 PC시장 및 휴대전화기의 수요격감이라는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한 본격적인 회복이라기보다는 과도기적 회복에 그칠 공산이 크다고 하겠다. 이처럼 반도체경기 침체가 계속될 경우 우리나라의 수출전선은 물론 하반기 경기회복에도 큰 차질이 빚어질 게 분명하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반도체 수출은 단일품목으로는 최대인 2백60억1천5백만달러(전체수출의 15.1%)를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 1∼4월중 반도체 수출은 전체수출의 11.6%(60억달러)에 그쳤다. 특히 지난해 1백4억달러에 달했던 D램 수출이 올해 30% 이상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고 보면 그냥 앉아서 상황이 호전되기만을 기다릴 수는 없는 일이다. 일본업체들에 이어 국내업체들도 감산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지만 감산이 실제로 반도체 가격을 떠받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번 불황은 공급과잉보다는 수요부족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수요가 살아나야 해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무조건 감산보다는 수명이 거의 다 된 64메가 D램등의 생산은 과감히 축소하고 신제품인 2백56메가 D램 등의 생산을 늘리는 사업포트폴리오 조정 쪽으로 방향을 잡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장치산업의 특성상 감산이라는 극약처방은 무리가 따르게 마련이며 97,98년 대대적인 감산에 나섰다가 이후 경기반전에 대응하지 못해 낭패를 본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더욱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