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재정경제부는 한국개발연구원(KDI)등 연구기관들을 동원해 '비전 2011'을 추진하고 있다. 10년간을 바라보며 우리 경제 전반의 발전 비전과 전략을 세운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작업에 대한 회의가 만만치 않게 일고 있다. 우선은 작업시기가 그렇다. 비전이 제시된들 영국 블레어 정권 2기가 제시하는 '신산업정책'이나,일본 고이즈미 정권이 들고 나온 '경제개혁 청사진'처럼,정권초기의 비전이나 계획이 가질 수 있는 최소한의 영향력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10년간의 장기비전과 전략을 수립한다면서 실제 작업기간은 채 몇개월이 안된다는 것도 문제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나 선진국의 유사한 작업과 비교해 보면 너무 대조적이다. 결국 또 하나의 '짜깁기'작업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얘기다. 과거와의 연동성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정부는 불과 2년 전에 '비전 2011'과 유사한 계획을 만든 적이 있다. 나름대로 중ㆍ장기 전망을 전제로 하면서도 특별히 3개년(2000∼2002)으로 작성된 '지식기반 경제발전 종합계획'이 그것이다. 당시 현 정부의 임기를 고려해 실효성을 감안했음에도 지금 이 계획은 실종된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비전'이나 '계획'은 그 자체가 중요할 수 있다. 시장기능에 직접 간여하지 않고도 자원배분을 원하는 방향으로 유도하는 기능이 있기 때문이다. 산업정책을 비롯한 경제정책에서 비전 제시가 정책수단으로 활용되는 것도 실은 이런 이유에서다. 그런데 전제조건이 있다. 바로 정부의 비전과 계획에 대한 신뢰성이다. '비전 2011'에 대한 회의라든지,정치적 목적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따지고 보면 신뢰성의 상실을 반영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비전 2011'을 추진하는 재경부는 특히 다음 두가지를 염두에 둬야 한다. 한가지는 그동안 정부가 제시한 비전이 대통령 보고를 기점으로 사그라들고,3개년이니 5개년이니 하는 계획들의 실질적 수명이 고작 1∼2년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민간은 분명히 기억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른 한가지는 당면한 경제현안과 얼마 남지 않은 기간에 마무리 해야 할 것들이 장기비전으로 호도되거나 희석되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정권말기의 '비전'이나 '전략연구'는 오히려 위험신호일 수 있다는 것도 민간은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위원·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