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정부가 일본경제의 회생방안으로 밝힌 '경제.재정운용 기본방침'은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할만 하다. 장기침체의 근본원인인 금융기관의 부실채권 정리를 본격화하는 한편 "성역없는 구조조정을 위해서라면 단기적으로 저속성장도 감수하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구체화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는 경기부양을 위해 재정지출 확대에만 매달려 온 그동안의 미봉책과는 분명히 다르다. 특히 이달말 열릴 예정인 미.일 정상회담에서 이같은 개혁방침을 대외적으로 공식화할 계획이어서 더욱 주목된다. 구체적으로 민영화와 규제개혁, 벤처기업 지원, 보험기능 강화, 지방자립, 재정개혁 등 7개항중에서 앞으로 2∼3년동안 금융부실을 집중적으로 정리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 악성 부실채권을 인수하는 정리회수기구(RCC)의 기능을 대폭 강화하는 한편, 정부주도의 경제운용에서 탈피해 전반적으로 민간중심의 경쟁원리를 도입한다는 대목이 눈길은 끈다. 관심의 초점은 야심적인 개혁 청사진을 얼마나 실천하느냐에 있다. 이점에 관해 일본에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만만치 않은 실정이다. 특히 부실채권 정리에 따른 기업도산과 실업증가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금융 부실채권이 공식적으로는 지난해 9월말 현재 64조엔이지만 실제로는 1백50조엔에 달한다는 주장이 유력하니 그 파장이 얼마나 심각할지 짐작할 수 있다. 정치인과 퇴직관료 등 '낙하산 인사'의 온상이 돼온 특수법인의 민영화, 지방교부금 삭감, 자민당의 자금줄인 도로특정재원의 전용 등에 대한 기득권층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결국 일본경제의 장기침체를 불러온 '원흉'으로 지목되고 있는 정치적 리더십 부재가 이번에도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할 것 같다. 당장 다음달에 있을 참의원 선거가 고이즈미 정부의 개혁 드라이브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점에서 일본의 경제개혁은 비슷한 처지인 우리에게 타산지석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