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혈병은 혈액 속의 백혈구가 비정상적으로 늘어나는 일종의 혈액암이다. 정상인의 혈액 1㎣당 백혈구 수는 7천개 정도지만 이 병에 걸리면 10만∼30만개까지 증가한다. 병 자체는 고대 그리스 시절부터 있었다고 여겨지지만 백혈병으로 명명된 것은 1846년이다. 의사 R 피르호가 병으로 사망한 환자를 부검한 결과 피가 하얗자 그렇게 붙였다는 것이다. 증세에 따라 급성과 만성,유혈에 나타나는 세포의 종류에 따라 림프성 골수성 단구성 등으로 나누는데 보통'만성 골수성 백혈병' 인 경우가 많다. 국내엔 1970년 영화 '러브 스토리'가 상영되면서 널리 알려졌다. 이탈리아계 이민 2세로 가난한 음대생인 여주인공(알리 맥그로)이 시댁의 반대를 무릅쓰고 명문가의 외아들이자 하버드 법대생인 애인(라이언 오닐)과 결혼하지만 결국 백혈병에 걸려 죽는다는 이 스토리 이후 백혈병은 시한부 사랑의 대명사처럼 여겨져 왔다. 만성 골수성 백혈병 환자는 96년 미 공군사관학교생이던 성덕 바우만의 사례에서 보듯 골수이식 수술을 받으면 완치될 수 있으나 많은 환자들이 자신에게 맞는 골수기증자를 찾을 때까지 견디지 못하고 아까운 목숨을 잃는다. 8백∼1천여명 정도로 추정되는 국내 환자들을 위해 최근 개발된 항암제 글리벡(Glivec)이 곧 시판되리라는 소식이다. 글리벡은 스위스계 다국적 제약사인 노바티스가 만든 먹는 약으로 지난 4월부터 몇몇 병원에서 시험투약한 결과 효능이 뛰어났다고 전한다. 환자들에게 그야말로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한달치(60알짜리 두병)가 3백만원 정도로 비싼데다 장기복용해야 하는 만큼 의료보험 적용대상 의약품으로 지정돼야 형편이 어려운 사람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글리벡 외에도 전세계에서 암을 치료할 수 있는 신약 개발이 한창이다. 국내에서도 얼마전 유한양행이 암세포내 신호전달 체계를 억제함으로써 부작용없이 암 덩어리를 줄일 수 있는 항암제를 개발했다고 보도됐다. 어쨌거나 백혈병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가슴 아픈 일이 사라질 날도 멀지 않은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