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 중 가능하면 현지 언론에 등장하지 않기를 바라는 업체들이 적지 않다. 제품이 잘 팔린다는 '좋은 뉴스'도 마찬가지다. 특히 미국업체와 경쟁관계에 있는 회사들은 이런 기사를 더욱 꺼린다. 뉴스에 등장하는 횟수가 많아지면 점점 경쟁업체들의 눈총을 받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어떤 형태로든 견제구가 날아들어오는 탓이다. 이런 각도에서 보면 요즘 '나쁜 뉴스'가 연일 터지고 있다. 현대자동차에 대한 기사가 뉴욕타임스 USA투데이 등 주요 미국 언론에 대서 특필되고 있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지난주 평일보다 많은 발행부수를 자랑하는 일요일판에 핀바 오닐 현대자동차 미국법인 사장에 대한 기사를 반페이지에 걸쳐 할애했다. 그의 성격이 겸손하고 노력형이라는 얘기에서부터 현대차가 잘나간다는 등 칭찬 일색이다. 쏘나타가 최근 컨서머리포트란 잡지에서 실시한 품질조사에서 전부문 톱랭킹에 오르는 등 다른 차들도 품질이 크게 향상됐다고 소개했다. 올해는 지난 91년 세웠던 최고기록인 24만9천대를 훨씬 뛰어넘는 30만대 이상 팔릴 것이란 전망까지 싣고 있다. 그러나 뉴욕타임스가 진짜 주목한 부문은 다른데 있다. 현대차를 사는 사람들이 평균 31세로 다른 차를 사는 사람보다 10살이 적고 다른 차종과는 달리 여성들의 선호도가 높다는 점이다. 이런 현상은 20년전 미국공략을 시작하던 일본차들에 나타났던 이후 처음이라는 설명이다. USA투데이도 지난 18일자 경제면 머리기사로 GM이 새로운 중소형차 전략에 시동을 걸었다는 기사를 게재했다. 물론 그 이유는 현대 기아 등 한국 라이벌들의 성장 때문이라고 크게 부각시키고 있다. 95년 1%에도 못미치던 한국차들의 미국시장 점유율이 올해는 3.6%로 높아졌다고 덧붙이고 있다. 우리는 나라 전체가 외국언론의 '좋은 뉴스'에 감동해 샴페인을 터뜨렸다가 취해 쓰러졌던 경험을 갖고 있다. 정치권은 또다시 취할망정 개별 기업들은 이제 한단계 더 성장하기 위해 이런 뉴스에 더욱 긴장하고 '혹시'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