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자계의 상반된 진출전략 ] 한국의 3대 외자세력은 미국 유럽(EU) 일본이다. 작년의 경우 이들 3대 외자계가 전체 외국인 투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3.6%에 달했다. 미국이나 유럽계 다국적 기업들이 조세회피지역인 버뮤다나 케이만 군도, 싱가포르 홍콩 등 동아시아 거점을 통해 우회투자한 부분을 감안하면 90%에 육박한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이들 3대 세력의 한국진출 전략의 특징과 차별성을 파악하는 것은 향후 한국의 외자유치 전략에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한국은 이들 3대 세력의 각기 다른 진출성향을 산업정책적인 차원에서 잘 활용하면 큰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충고한다. 외자계의 차별적인 성향을 짚어본다. "정부의 지나친 간섭때문에 한국의 금융시스템은 제 구실을 못하고 있다. 한국기업도 투명하지 못한 경영구조로 인해 신뢰를 얻지못하고 있다. 과격한 노사분규와 분식회계등은 미국투자자들을 등돌리게 한다"(제프리 존스 주한미국 상공회의소 회장) "한국의 경제상황은 장기적으론 그다지 나쁘지 않다. 최근 외국인 투자가 줄어드는 것도 한국 내부적인 문제라기보다는 세계 경제의 침체 탓이 크기 때문에 유럽기업들은 길게보고 투자한다"(자크 베이사드 주한유럽상공회의소 회장) "한.일 관계에서 승패란 있을 수 없다. 산업구조가 워낙 비슷하고 지리적으로 아주 가까운 만큼 상호보완적으로 협력하는 '윈윈'전략이 어느 나라보다 잘 맞는다. 일본-한국, 더 나아가 중국 간에 3국 간 분업체제를 정착시켜 동북아의 공동발전을 이상적으로 도모할수 있다"(야노 마사히데 서울재팬클럽 이사장) 이들 3인의 언급에서 드러나듯이 3대 외자세력의 한국을 바라보는 시각이나 태도는 다르다. ◇ 미국계는 '투자수익 극대화'에 초점 =현재 홍콩에서 진행중인 대우차채권단과 GM의 매각협상과 관련, 대우차노조는 물론 한국의 국민정서도 '부평공장을 살려 달라'는 것이다. 한국정부 채권단 심지어 최기선 인천시장까지 나서서 부평공장까지 사달라고 애걸복걸하는데도 GM은 반응을 보이지않고 있다. 적정 수익률을 확보하지 않고는 절대로 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GM 내부의 '대원칙' 때문에 협상은 좀처럼 진전을 보지 못하는 것이다. 다우 케미칼 근무경력 25년째인 박일진 사장은 "미국계 기업들의 특성은 수익-비용에 대한 개념이 확실한 점"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99년 LG산전으로부터 엘리베이터 사업부문을 인수한 LG오티스의 홍재영 이사도 "미국 본사는 인수 10년 내에 투자금액(8억달러)을 모두 회수한다는 목표 아래 적정 수익률 유지를 독려하고 있다"며 "한국식 경영행태를 완전히 무시하지는 않지만 미국식 글로벌 스탠더드가 경영의 주요 뼈대"라고 말했다. ◇ 유럽계는 '당장 이익보다는 시장확대'에 관심 =작년 삼성차 매각때 미국기업들은 거론조차 되지 않은데 반해 프랑스의 르노는 당장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물론 값이 싸다는 매력이 있었지만) 선뜻 인수했다. 유럽계 자본은 미국과는 성향이 확연이 다르다는 점을 알수 있는 대목이다. 유럽계는 외환위기 이후 가장 두드러진 투자 증가세를 보여 왔다. 지난 97년에 20억달러를 넘어선데 이어 작년에는 총 규모가 1백억달러를 초과했다. 유럽계의 약진에는 ASEM(아시아·유럽 정상회의) 발족과 함께 유럽계 다국적 기업들의 아시아 전략이 '미국과 일본에 비해 늦은 만큼 서둘러야 한다'는 쪽으로 바뀐 것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독일계인 한국바스프만 해도 한화바스프 효성바스프 대상 등 국내 대기업들로부터 필요한 사업을 떼내 지금까지 2조원을 투자한 '큰 손'이다. 한화베어링과 LG화학의 카본블랙 사업도 독일계에 인수됐다. 네덜란드계로는 LG전자와 LCD(액정표시장치) 브라운관 사업부문에서 잇따라 합작을 성사시킨 필립스가 대표적이다. "유럽계 기업들은 한국시장에 대한 투자 매력뿐만 아니라 고도로 발달한 조립기술과 근로자들의 숙련도를 높이 평가한다. 유럽계의 제조업 투자가 많은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LG필립스LCD 관계자) ◇ 일본계는 비교우위에 입각한 '크로스보더(越境) 구조조정'형 투자 =일본은 지난 60~80년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제1의 한국투자국이었지만 90년대 들어 상대적으로 투자가 부진했다. 지난 98년 5억달러로 격감했던 일본의 한국투자는 작년(24억5천만달러)을 고비로 다시 회복세를 보이고있다. 산업연구원의 장윤종 선임연구원은 "일본기업들은 한국과 같은 나라나 다름없는 지리적인 특성으로 해서 완제품 공장을 한국에 건설하기보다는 부품 소재에 집중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니꼬-LG간 동제련 합작, 도레이-새한간 필름 원사부문 합작, 아사히글라스-한국전기초자간 합작 등이 대표적이다. 일본기업들은 자국에선 비교우위를 상실한 사업을 한국으로 이전해서 경쟁력을 계속 유지하는 '비교우위에 입각한 구뗍뗍? 차원에서 한국투자를 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 때문에 일본계는 한국시장에서의 '연착륙'에 신경을 쓴다.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한국의 경영관행과 풍토를 상대적으로 더 존중한다. 물론 한.일간 풍토가 비슷한 측면도 작용하고 있다. LG와 니꼬금속 등이 50대 50 합작으로 설립한 LG니꼬의 경우 공동 대표를 포함해 4명의 일본 임직원이 한국에 파견돼 있을 뿐 일상적인 경영활동은 LG측이 주도하고 있다. 전자 소재업체로 1백% 일본계 출자기업인 마산의 한국태양유전도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구사해 성공한 케이스다. 이 회사 총무부의 명길승 차장은 "우리 실정에 맞는 인사 노무관리를 해온 덕분에 회사 설립 29년동안 단 한차례의 노사분규도 겪지 않았다"며 "지난 88년에 수출실적 5천만달러를 돌파한데 이어 올해는 1억달러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획취재부 오춘호.조일훈.장경영 기자 ohchoon@hankyung.com [ 매주 木.金 연재 한국언론재단 지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