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봉진 < 워싱턴 특파원 > 조지 W 부시가 대통령이 된 지도 벌써 5개월이 돼 간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는 '팀 조직'을 아직 끝내지 못한 '미완성 교향곡'에 불과하다. 20일 현재 백악관이 임명해야 하는 3백60여개의 고위공직 중 3분의2 정도가 아직도 '공석 중'이기 때문이다. 이 숫자에 증권관리위원회 위원장 등 외곽직은 아예 포함돼 있지도 않다. 이런 자리들까지 계산해 넣으면 주인을 기다리며 비어 있는 미국의 고위공직은 이보다 훨씬 불어나 3백77개나 된다. 전체 '대통령 임명직' 5분의4에 해당하는 숫자가 아직도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 셈이다. 취임과 동시에 조각이 완료되는 우리와는 너무도 대조적이다. 이같은 '공석(空席)천지' 때문에 곤욕을 치르는 것은 미국 장관들이다. 아시아개발은행(ADB) 등의 회의참석은 주로 차관들 몫이다. 하지만 재무부에는 아직 차관이 없다. 그러니 폴 오닐 장관이 직접 참석해야 한다. 10시간 이상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야 하는 등 인내를 시험받고 있다. 차관이 아직 없는 내무부의 게일 노튼 장관도 스스로 모든 일을 챙기는 '유틸리티 장관'이기는 마찬가지다. 대사직을 따로 떼어놓고 볼 때 지금까지 상원이 인준을 끝낸 자리는 캐나다 일본, 그리고 벨기에 등 3개뿐이다. 1백44개의 해외주재 고위공직 중 무려 38개가 비어있는 셈이다. 피해는 한국이 보고 있다. 이미 토머스 허바드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부차관보가 한국대사로 지명돼 있지만 상원인준이 언제 끝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더욱이 공화당원이던 제임스 제포즈 의원의 탈당으로 상원의 주도권을 민주당에 뺏긴 상황에서 부시의 조기 '조각완료(組閣完了)'는 요원하다는 게 이곳의 분석이다. 물론 이같은 조각지연이 부시 행정부에만 있는 특별한 일은 아니다. 존 F 케네디 대통령도 1월20일 취임한 이후 거의 2개월이 지난 3월 중순에 가서야 조각을 완료했다. 빌 클린턴 대통령의 조각완료 시점도 이보다 더 늦어 근 9개월이 지난 10월 중순에야 이루어졌다. 하지만 부시의 조각완료는 여러 가지 특수정황들 때문에 이보다 훨씬 더 오래 걸려 취임후 1년이 더 지난 시점인 내년 2월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는 게 이곳의 예상이다. 인사공백과 이에 따른 행정공백은 비판 도마 위에 오를만한 소재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미국인들은 그리 개의치 않는다. 연방수사국(FBI)의 후보 뒷조사, 재산공개과정, 그리고 낙태, 환경, 총 소지 등 이분법적 논쟁거리에 대한 소신 확인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하는 상황에서 그만큼의 시간은 용인할 수 있다는 것이 미국인들의 생각이다. 관료사회의 투명성과 일관성을 유지시켜 주는 초석이라고 보는 것이다. 이같이 다져진 '검증 인사(人事)'가 쉽게 무너질 리도 없다. 실제로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은 8년 임기를 보낸 클린턴과 거의 운명을 같이 했다. 한국의 부실조각(不實組閣)과 대비시켜보면 더욱 분명해진다. 올브라이트 파트너로 한국은 박정수 홍순영 이정빈 한승수 장관을 차례로 내세웠다. 평균 채 1년도 안되는 재임기간이다. "한국 외무장관들은 너무 자주 바뀌어 이름 외우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취임인사 오겠다는 것을 거절하기도 어렵다"는 게 한 미국 국무부 관료의 촌평이다. 미국의 '탄탄 조각'과 한국의 '부실조각'은 교육부장관 경우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난다. 클린턴 재임중 교육을 책임진 장관은 리처드 라일리다. 라일리 장관도 클린턴과 8년동안 운명을 같이했다. 하지만 지난 3년 반 동안 한국은 이해찬 김덕중 문용린 송자 이돈희 한완상으로 이어지는 6명의 교육장관을 배출했다. 평균 6개월이다. 하기야 43시간의 단명 장관도 있었으니 더 이상의 부연은 췌언일지 모른다. yangbongjin@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