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소프트웨어 패키지 판매업을 하는 이완웅(35) 미르맥스 사장은 출근하려다 아파트앞에 세워둔 자신의 승용차 앞창에 유성펜으로 써놓은 낙서를 발견했다. 그 낙서는 '옐로 고 홈(Yellow Go Home)'이라고 씌어 있었다. 이 글귀를 보자 이 사장은 겁이 덜컥 났다. 누군가가 자신에게 해코지하지나 않을까 두려워서였다. 아직 컴퓨터 도입이 미흡한 바르샤바에서 소프트웨어를 팔기가 힘들어 한국으로 되돌아갈까를 고심중인 그에게 걱정거리가 하나 더 생긴 것이다. 도대체 누가,왜 이런 짓을 했을까. 한참 고심하던 그는 무릎을 탁 쳤다. '아,DMP(대우모터폴스카) 때문이구나'. 그는 바르샤바 인근 루블린에 있는 DMP가 계속 인원을 감축하자 한국인에 대한 감정이 악화돼 자신에게까지 불똥이 튄 것 같다는 판단을 내렸다. 요즘 현지언론들은 DMP가 전체직원 2천9백명 중 8백명을 추가 감원키로 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이에 자극받아 한국제품 구매기피현상이 일기 시작했다.더욱이 대우자동차의 또다른 폴란드 현지법인인 바르샤바공장(FSO)도 매출감소로 지난달 30일 올들어 세번째로 가동을 중단해 암울함을 가중시키고 있다. 바웬사의 노동운동에 익숙해 있는 나라여서인지 폴란드인들은 이런 대규모 감원에 대해 무척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듯하다.그렇다고 인구 3천9백만명의 동유럽 중심국가인 폴란드시장을 한국이 완전히 포기할 순 없는 노릇이다. 어떻게 해야 곧 EU에 가입할 이 나라에서 다시 신뢰를 찾을 수 있을까. 현지 기업인들은 한국업체가 다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선 폴란드에 대한 투자의욕을 되살려나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다행히 씨에스씨 등 10여개 벤처기업들이 이 시장 진출을 서두르고 있으며 LG전자도 폴란드TV공장(LGEMA)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기로 했다. LG는 1천만달러를 투자,평면TV 디지털TV 등을 연 1백만대 생산해 유럽지역에 공급할 계획이라고 한다. 벤처업계와 LG가 힘을 합쳐 폴란드 사람들이 '웰컴 옐로(Welcome Yellow)'를 외치도록 해주길 기대해 본다. 바르샤바=이치구 전문기자 r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