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원 < 한국디자인진흥원 원장 ceo@kidp.or.kr > 예상대로 프랑스의 우승으로 월드컵 컨페더레이션 경기가 끝났다. 준우승을 한 일본의 선전이 돋보인 이번 경기를 보면서 내년의 월드컵 때까지 해결해야 할 몇 가지 과제가 있다는 것을 느꼈다. 경기력을 향상시키는 게 가장 중요하다. 좋은 경기장도 만들어야 한다. 이에 못지않게 월드컵과 관련된 디자인 또한 중요하다고 느꼈다. 결승전이 벌어진 요코하마경기장은 아주 시원하고 세련된 느낌을 줬다. 초록색 잔디 위에서 프랑스의 흰색 유니폼과 일본의 파란색 유니폼이 너무도 잘 어우러졌다. 축구고장인 유럽 선진국에 조금도 뒤떨어지지 않는 경기장이었다. 유니폼도 그랬다. 프랑스 선수들은 상·하의가 모두 흰색이었지만 두 줄의 파란색 가는 선 사이에 한 줄의 흰색 선을 넣은 세심한 배려 때문에 무척 깔끔했다. 물론 파란색 빨간색 흰색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은 프랑스국기도 상징하는 디자인이었다. 반면 일본선수들은 빨간색과 흰색의 일장기와는 전혀 거리가 먼 파란색 유니폼을 입고 나와 경직된 이미지를 탈피,참신한 느낌을 줬다. 그러나 우리 대표팀이 입고 있는 유니폼에서는 산뜻한 이미지를 느끼기 어려웠다. 물론 국기의 태극을 응용한 것이라고 짐작은 가지만 명도가 비슷하면서 보색에 가까운 빨간 상의와 파란 하의는 시각적으로 충돌된다. 강렬한 색상을 함께 사용할 때는 흰색이나 검정색으로 완충을 해 주는 게 보통이다. 물론 상의 팔 옆에 흰색과 파란색 선,바지 양 옆에 빨간색과 흰색 선은 이러한 시도로 이해가 되지만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우리의 정체성만 나타내면 되지 느낌이 뭐 그리 중요하냐'고 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디자인의 심리적인 효과라는 측면에서 보면 이러한 느낌은 선수들과 응원하는 관중들의 사기에 은연중에 작용함은 물론 월드컵을 지켜보는 세계인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지금이라도 유니폼 등의 디자인을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월드컵은 지구촌 최대 축제인 만큼 디자인의 각축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월드컵은 우리의 디자인력을 세계에 자랑할 수 있는 기회다. 다시 맞기 어려운 이 기회를 활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