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나 대학교수가 되는 길을 마다하고 어린이를 위한 이색놀이방을 운영하는 사람이 있다. 아이블록방의 정형화(37) 대표. 그는 서울대 의대에서 박사학위(약리학)를 받았지만 지금은 "레고 블록방"이란 신개념의 프랜차이즈를 경영하고 있다. 기존 틀에서 벗어나 하고 싶은 것은 한다는 생각에서다. 정 대표가 블록방 사장이 된 데는 사연이 있다. 그의 동창들은 대부분 의대 교수의 길을 걷고 있다. 하지만 그는 현장에서 뛰고 싶었다. 프랑스 제약업체의 한국법인에 입사,임상연구부장을 맡았다. 연봉 6천만원에 자동차가 나왔다. 하지만 연구부서인데도 접대를 위한 술자리가 적지 않았다. 연구도 마음대로 할 수 없었다. "경영을 공부하고 싶었습니다.그래서 회사도 마케팅을 할 수 있는 곳으로 옮겼지요" 여기서도 만족하지 못하자 직접 기업을 운영하는 게 경영 공부라고 생각하고 작년 8월 창업했다. 초기엔 어려움이 많았다. 에디슨레고방이란 상호로 시작했는데 레고코리아에서 문제를 제기했다. 블록방도 처음엔 도로변에 80평 규모로 운영했으나 비용이 많이 들었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 뒷골목의 15∼20평 공간으로 이전했다. 이런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성장가도를 달리기 시작했다. 지금은 일산 분당 전주 등지에서 8개의 블록방을 운영하고 있다. 블록방을 사업 품목으로 선택한 것은 교육과 놀이를 병행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 아이들 지능발달에 적격이고 3차원을 이해하는 기초가 된다는 것. 하지만 레고는 비싼데다 한두번 조립하고 나면 싫증을 내는 게 문제였다. 거기서 사업 기회를 찾았다. 이 회사의 블록방에는 1천여종이 넘는 블록이 준비돼 있다. 정 대표는 블록에 새로운 색깔을 입힌 뒤 곰 고래 등을 만드는 방법을 개발,설명서까지 만들었다. 남들이 따라하는 건 신경 안 쓴다는 정 대표는 "아이들이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늘어나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031)919-9660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