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택(42) UBS캐피탈 기업직접투자담당 한국대표의 직업은 '기업사냥꾼'이다. 비즈니스 전망은 좋은데 경영상태가 나빠져 매물로 나온 기업을 투자목적으로 사들인다. 10억달러에 달하는 UBS캐피탈의 국내 투자자금이 그를 포함한 단 4명의 손에 의해 갈 곳이 결정된다. "쉽게 말해 제가 하는 일은 M&A입니다. 전주(錢主)라고나 할까. 회계나 법률관계 전부를 외부 전문가에게 아웃소싱하고 저는 조사결과를 평가해 투자여부만 결정한다는 점에서 오케스트라 지휘자와 비교될만도 하죠" 그러나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그의 일은 낭만적이지만은 않다. "성취감도 크지만 새벽 한두시까지 일하는게 보통일 정도로 바쁩니다. 그럴수록 자주 전 직장이나 동료들 생각이 납니다" 박 대표가 말하는 전 직장이란 삼성전자 자금팀. 입사 후 국제금융과 IR 등 재무통으로 19년간 일했고 그중 10년은 미국법인에서 재무담당자로 근무하다 98년 귀국했다. 향후 10년간의 임원승진이 보장되는 촉망받는 핵심인력이었던 그가 지난해 11월 회사를 떠난다고 했을때 집과 회사 모두 강하게 반대했다. 그 자신도 갈등이 심했다. 왜 그만뒀느냐는 질문에 그는 "미국에서 M&A 관련 일을 잠깐 했었는데 너무 매력적이었어요. 우리나라에서는 오너중심의 기업지배구조,채권단의 이해관계 때문에 기업이 한번 망가지면 새출발하기가 어렵죠. 우리나라에서 M&A가 활성화되지 못한 원인중 하나죠. 하지만 제대로된 투자가를 만나 주인이 바뀌면 그런 회사들도 과거를 청산하고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보람있는 일입니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삼성에서 보낸 삶의 흔적에 대한 애착이 남아 있다고 했다. "19년간 일했으면 청춘을 다 바쳤다고 할 수 있죠. 동료들도 다 가족처럼 지냈죠. 회사덕에 와튼스쿨 MBA도 마쳤고... 삼성이 여기같은 일을 하게 해준다면 다시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도 해봅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사랑하는 동료와 직장을 뒤로 하고 떠나야 했던 박 대표의 마음이 읽어지는 대목이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