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만나는 자유,스무살의 011,TTL" 이같은 문구만을 던져주며 앳되고 신비스러워 보이는 소녀가 절망적이고 허무한 눈빛으로 일관했던 이 광고는 배경음악 하나 없는 모노톤의 영상으로 보는 이들의 궁금증을 자아냈다. 굳이 스무살을 지칭하는 지극히 편협된 타깃의 소구와 의미해석의 모호성으로 인해 한편으로 불쾌하게 여기는 이도 적지 않았지만 이 역시 철저하게 계산된 전략이었다. 이 광고가 바로 우리 광고 역사에 한 획을 그은 파격적 수준의 크리에이티브 SK텔레콤의 "TTL"이다. 게임기,PC통신,만화,이온 음료,DDR 등과 같은 타깃층이 좋아하는 것을 나열해 놓고 그것들을 조합하는데 불과했던 기존 N세대 타깃광고의 형식에 대한 해체가 이 광고가 노리는 바였다. 결국 이 광고를 계기로 많은 아류작들이 쏟아져 나왔으며 광고 자체가 관심의 대상이 돼 여러 매스미디어에서 회자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도 많은 신규 가입자를 양산하며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데 기여했던 성공적인 광고였다. "숨은 이미지 찾기"를 컨셉트로 제작된 TTL광고는 이에 그치지 않고 TTL컬리지,카페,TTL Zone 등으로 다양한 N세대 문화를 창조하기에 이르렀다. 이름뿐이었던 N세대에게 광고가 실체를 부여했던 것. 특히 신비스런 분위기의 신인모델을 캐스팅,단순히 이동전화 브랜드에 불과한 TTL을 의인화하는데 성공한 것은 높게 평가할만하다. 현재의 TTL광고는 런칭 당시의 컨셉트에서 성격도,대변인 역할을 했던 모델도 바뀌었다. TTL의 출시에 열광했던 어린 소비자들도,모델 임은경도 조만간 성숙한 세대로 성장할 것이다. TTL은 이들과 함께 다른 세대로 이동해야 할까,아니면 피터팬처럼 N세대의 중심에 머물러야 할까. 수 많은 고민과 함께 탄생될 또 다른 멋진 TTL 광고를 기대해 본다. 이수범 서강대학교 영상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