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제약업계는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글리벡"이란 신약 항암제를 파격적으로 신속하게 승인함으로써 연구개발 분위기가 한층 고양돼가고 있다. 글리벡은 암이 생기는 세포내 신호전달체계를 억제하는 먹는 항암제로 이번 시판 승인은 분자생물학과 유전학적 측면에서 바이오테크놀로지의 눈부신 발전을 입증한 쾌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현재 아스트라제네카 로슈 머크 등의 대형 다국적 제약사와 메다렉스 푸르니에 하이브리돈 등의 바이오벤처회사들은 이처럼 혁신적인 항암제 50여종을 개발하고 있다. 벌써 내년에만 3-4종의 신약 항암제가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이미 나온 제품은 두가지. 노바티스의 글리벡은 만성 백혈병에 효과가 있으며 현재 전립선암 소세포성폐암 등에도 효과가 있는지 여부를 검증하는 단계에 있다. 로슈와 제넨테크가 시판중인 헤르셉틴은 유방암 치료제로 허가받았고 자궁암에 대해서는 2상 임상시험을 진행중이다. 이 약은 주로 대사성 유방암에 걸린 환자에게 파클리탁셀과 함께 처방된다. 임상 3상 시험을 진행중인 것은 아스트라제네카의 "이레사"(ZD1839),얀센의 "R115777",임클론의 "세툭시맙"(C225),메다렉스의 "MDX210",아이시스의 "타라센탄"등이 있다. 아스트라제네카의 Z이레사는 최근 주목받고 있는 항암제로 비소세포성폐암 위암 유방암 전립선암 등의 고형암에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암은 상피세포성장인자 수용체에 티로신 키나제라는 효소가 신호를 보냄으로써 증식하는데 이레사는 이 효소를 저해하는 항암제중 가장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항암제는 다른 항암제와 같이 투여하면 환자의 68%가 더 이상 증상이 악화되지 않으며 단독 투여하면 20%이상이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레사는 내년에 임상결과가 발표되고 빠르면 2003년초쯤 시판될 것으로 보인다. 이레사와 약리작용이 같은 신약으로는 세툭시맙 타라센탄 등이 있는데 내년말이나 2003년초에 상품화한다는 목표로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얀센의 "R115777"은 암을 일으키는 "ras"유전자를 억제하는 것으로 췌장암 대장암 치료제로 개발중이다. 국내서도 유한양행이 이와 같은 작용을 하는 항암제를 개발중이다. 이밖에 임상 2상시험 중인 신약으로는 애보트의 "ABT-627"등 20여종. 1상 시험중인 신약은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의 "BMS214662"등 10여종이 된다. 동물을 대상으로 전(前)임상시험 중인 신약도 20종에 가깝다. 이같이 새로운 개념의 항암제는 암세포가 생기는 초기 과정에서 신호전달체계를 억제하기 때문에 초기 증식단계부터 암이 뿌리를 내리지 못하게 한다. 반면 5-플루오로우라실 루코보린 등 기존 표준 항암치료제는 이미 증식한 암세포의 대사과정에서 일부를 차단하는 것으로 부득이 인접 정상조직세포의 대사를 방해하게 되고 이에 따라 구토 빈혈 탈모 등 갖가지 부작용이 초래됐다. 앞으로 암세포의 신호전달체계를 억제하는 항암제가 쏟아져나올 전망이나 의학적으로 해결할 문제가 많이 남아있다. 아직까지는 신호전달체계를 억제할 경우 정상세포의 대사마저 교란될수 있는 소지가 있다. 또 암세포 대사경로의 한쪽을 차단하면 다른 루트로 대사경로가 마련돼 항암효과가 떨어지는 결점도 있다. 전문가들은 글리벡은 대표적인 신약개발 성공사례이지만 후속제품의 성공을 무조건 장담하기는 힘들고 적잖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만족할 만한 항암제를 시판할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