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관건은 반도체 경기다' 성공적 외자유치로 단기 유동성위기에서 벗어난 하이닉스반도체의 완전한 회생은 D램의 가격이 얼마나 빨리 회복되느냐에 달려 있다. 살로먼스미스바니(SSB)는 올해 하이닉스의 자금계획을 짤 때 D램 등 반도체부문에서 4천5백30억원의 영업이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64메가D램의 가격이 아무리 보수적으로 잡아도 평균 2.65달러는 유지할 것으로 보고 구조조정계획을 마련했다. 하지만 현재 64메가D램의 현물가격은 1달러 초반대로 당초 예상가격의 절반에도 못미치고 있다. D램의 매출 비중이 80%에 달하는 하이닉스로서는 현금흐름을 유지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하이닉스는 IT(정보기술) 경기의 침체로 1.4분기 6백8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린데 그쳤다. 반도체 경기가 사상 최대의 호황을 보였던 지난해 같은 기간(3천3백50억원)의 5분의 1에 불과했다. 게다가 D램 가격이 계절적 요인과 수급불균형으로 계속 하락해 2.4분기에는 적자전환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투증권은 하이닉스가 2.4분기에는 8백억원 규모의 영업적자를 낼 것으로 추정했다. 문제는 D램값의 하락이 하이닉스반도체의 단기적인 유동성을 압박하는데 그치지 않고 연구개발과 시설 확대 등 장기 경쟁력 강화에 필요한 투자마저 위축시킨다는데 있다. D램 가격이 떨어지면 설비투자를 축소하는 방법으로 자금소요를 줄일 수밖에 없는게 하이닉스의 현재 형편이다. 지난달 해외로드쇼를 떠나기 전에 박종섭 사장은 2005년까지 반도체 사업에 10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2인치 웨이퍼 투자를 포함해 올해 1조원, 내년에는 1조7천억원을 투입한다는 것. 이는 삼성전자 마이크론테크놀로지 인피니온 등 경쟁업체들과 비교해볼 때 4분의 1에도 못미치는 규모다. 그나마도 D램 가격의 회복을 전제로 한 계획이다. 대우증권 전병서 연구위원은 "막대한 투자비를 퍼부으며 생산원가를 끊임없이 낮춰가는 반도체업계의 치열한 경쟁을 감안할 때 투자적기를 놓칠 경우 자칫 2류 업체로 전락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