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이 < 문학평론가 whitesnow1@daum.net > 휴대전화에서 나오는 전자파가 뇌종양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이 보도됐다. 세계 3대 휴대전화 제조회사들은 전자파 차단장치를 앞다퉈 개발함으로써 스스로 이를 입증하고 있다고 한다. 전화로 통화하는 동안 뇌 속에 종양이 자라난다니 상상하기조차 끔찍한 일이다. 휴대전화가 인간의 뇌를 갉아먹는 암세포 배양기였던 셈이다. 기계는 세련되고 편리하지만 그 실체는 무섭고 음험하다. 기계는 인간에 대한 적대감을 갖고 있다. 어쩌면 기계는 인간에게 이미 '전쟁'을 선포했는지도 모른다. 볼 수도,느낄 수도 없는 전자파로 인간의 내장기관을 공격하고 끊임없이 반복되는 시스템으로 인간의 정신을 노예로 만든다. 기계는 질병 제조기이며 중앙 통제기관이고 급기야 하나의 '권력'이 됐다. 일상생활과 정서 깊숙이 파고든 기계의 권력 앞에 인간은 기꺼이 몸과 마음을 바친다. 그리고 엄청난 돈까지 지불한다. 철학과 정신분석학,문화비평을 탁월하게 접목시킨 슬라보예 지젝은 '삐딱하게 보기'라는 흥미로운 관점을 제시한 바 있다. 겉으로 드러난 현상의 이면을 꿰뚫어보기 위해서는 삐딱한 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의 현실은 삐딱한 시선이 아니고는 본질과 실체를 간파할 수 없게 변화해 버렸다. 간교할 정도로 복잡해진 현실은 이를 가볍게 통과할 탄력적인 시선을 필요로 한다. 휴대전화의 감춰진 얼굴이 무엇인지,디지털문화와 유전자 조작,게임의 환상공간이 인간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보다 지적이고 발랄한 시선이 요구된다. 문명의 휘황찬란한 휘장 뒤에 은폐된 것을 똑바로 보기 위해서는 가볍고 유연한 정신을 갖춰야 한다. 현대문명이 선사한 혜택과 폐해의 이중성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혜택이 늘어나는 만큼 폐해도 커진다. 인간이 누리는 문명의 혜택이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한다면 인간이 감당해야 할 폐해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휴대전화의 편리함을 누리기 위해서는 자신의 뇌와 생명을 담보로 제공해야 한다. 다른 것 역시 마찬가지다. 지금 누리고 있는 것들을 '삐딱한 시선'으로 둘러보라. 눈앞의 현실이 갑자기 '기괴한'풍경으로 바뀌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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