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국내 보수세력은 현 정권이 경기침체로 어려운 국내 여건은 무시하고 북한에 이른바 '퍼주기'식의 과도한 지원을 해왔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남한정부는 일부 대기업과 금융권의 부실 처리를 위해 밑빠진 독에 물붓기 식으로 1백수십조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등 대내적인 퍼주기를 하느라 북한을 제대로 배려하기가 상당 기간 어렵게 됐다. 퍼주기 논란은 남북 화해·협력을 통해 남한이 북한 못지 않은 혜택을 볼 수 있음을 가리는 부작용이 있다. 남북한 적대관계는 군사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전분야에 걸쳐 불필요한 비용과 혼란을 초래했으며,민족화합은 이처럼 심각한 분단비용의 부담으로부터 벗어나게 해줄 것이다. 아울러 남북한의 경제적 결합은 북한경제뿐 아니라 남한경제도 구조적 침체를 벗어나는 발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정쟁으로 남북 경제 결합의 중요성이 망각되거나 오인되는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우리는 중국의 교훈을 되새겨야 한다. 북한지도자 김정일이 남북정상회담 직전 및 올해 초에 잇따라 중국을 방문한 것은 그동안 겉으로 평가절하했던 중국의 개혁·개방 경험을 적극 참고하고 수용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중국의 발전노선 전환은 여러 측면에서 이루어졌지만 광둥(廣東)과 홍콩 사이,푸젠(福建)과 대만 사이의 양안(兩岸)경제결합이 남북한 관계에 특히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이 결합을 주요 발판으로 광둥과 푸젠은 이미 중진국 수준의 경제발전을 이룩했고, 홍콩과 대만은 아시아 전역을 휩쓴 경제위기도 비껴갈 수 있었다. 원래 중국의 개혁은 1970년대말 10억 인구의 8할이 살던 농촌지역에서 농업생산의 사영화와 농산물수매가의 파격적 인상으로 시작되었다. 농민들은 이에 대해 급격한 농업생산성 향상으로 화답했고,여기에서 나온 엄청난 농가 여유소득은 다시 농촌내 상공업 부문의 소비 및 투자 급증으로 이어졌다. 농촌 상공업의 폭발적인 성장은 중국 개혁의 최대 호재로 떠올라 도시 국영중공업의 구조적이고 만성적인 침체 부담을 거뜬히 상쇄했다. 다만 도시지역은 상하이 광둥 푸젠 등 동남해안지대를 중심으로 화교 구미 일본 한국 자본의 경쟁적 진출에 힘입어 대외의존적 경제발전에 성공했다. 도시인구가 대다수이고 농업생산기반이 치명적으로 붕괴된 북한경제의 구조적 여건을 감안할 때,중국의 농업개혁 및 농촌산업화 경험은 적용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도시산업의 경우 중국 역시 아직까지도 뚜렷한 개혁의 실마리를 못찾고 있다. 그렇다면 전략적인 대외개방,특히 광둥-홍콩 및 푸젠-대만의 민족동반적 경제발전이 북한에는 최대의 관심거리일 수밖에 없다. 이는 결국 남한과의 전면적 교류·협력에 북한경제의 앞날이 달려 있음을 의미한다. 중국 양안 경제결합의 핵심 조건은 본토의 풍부한 양질의 노동력이다. 중국의 13억 인구는 그 자체로 거대하지만 젊고,남녀가 함께 일하고,교육수준이 높고,건강하고,조직규율에 익숙하고,(빈곤하기에) 노동의욕이 높다. 이런 노동력은 쉽게 얻어지지 않는다. 중국은 실제 13억의 노동력이 아니라,다른 나라의 20억 내지 30억의 노동력을 가진 잠재력을 가졌다. 여성의 노동참여,높은 교육수준,좋은 건강,훈련된 조직생활은 사회주의가 남긴 유산인데 이를 다분히 자본주의적인 경제발전 과정에 활용하는 것이 흥미롭다. 이미 북한 노동력을 활용한 경험이 있는 남한 기업인들은 이들의 자질과 태도에 크게 만족하며 중국 노동자들보다도 더 낫다고 밝힌다. 북한 노동력의 우수성 역시 사회주의의 유산인데 이제 그 활용은 북한체제를 대신해 남한 기업의 몫이 되었다. 한국 정치가 퍼주기 논쟁이나 벌이며 남북문제의 본질을 왜곡하는 한 대북 교류·협력은 철저한 정경분리 원칙을 지켜야 한다. 현재로는 북한과의 경제적 결합 효과에 대해 냉철하게 판단하고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는 기업인들이 민족화합과 통일을 위해서도 중심 역군이 되어야 한다. 남북 상생(相生)의 길은 일단 경제논리로 개척될 수 있다. ............................................................... ◇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