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조종사노조의 파업이 끝난 것은 그나마 다행일지 모르나 되돌아보면 생각해야할 점이 한둘이 아니다. 연봉이 1억원을 웃도는 사람들도 적지않은 조종사들의 파업이 건전하고 보편적인 인식에 비추어 과연 온당한 일이었는지는 누구나 갖는 의문이다. 이번 조종사노조 파업은 정부가 '불법파업에 대한 엄정한 법집행'을 거듭 강조하는 가운데 중앙노동위원회 행정지도 등 법절차를 무시하고 강행됐다. 바로 그런 점에서 파업 뒤처리 문제는 더욱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불법파업에 대한 사법처리는 냉정히 말해 노사협상과는 차원이 전혀 다른 문제다. 노사 어느 쪽이건 법절차를 무시한 불법적인 쟁의행위를 했다면 이는 법질서 유지라는 차원에서 공권력이 판단하고 대응해야할 문제다. 모든 불법파업이 다 그런 형태를 취하지만 대한항공 노사도 민·형사상 사법처리 최소화에 합의한다는 대목을 넣어 이번 임금협약을 타결지었다. 그러나 그것이 불법 쟁의행위에 대한 면책을 의미하거나 그때문에 공권력이 제약받아야 할 성질의 것은 절대로 아니다. 그동안 재계는 불법쟁의도 타결만 되면 문제될 게 없다는 식의 노조측 인식이 불법쟁의의 악순환을 낳는 원인이라고 지적해왔고, 정부가 '불법파업에 엄정대응'하겠다고 분명히 한 것도 그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파업 찬반투표도 제대로 거치지 않고 집행부에 의해 강행됐다는 효성 파업,위험시설물에서의 쟁의중지명령 등 적법한 지시를 무시한 여천NCC 파업 등 불법파업이 잇달아 일어나는 까닭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 이번 대한항공 조종사노조 파업은 당초 사용자측이 교섭권을 위임했던 경총 관계자의 참여없이 사용자와 노조측 위임권자(양한웅 민노총 산하 공공연맹 부위원장) 간에 타결됐다. 왜 그렇게 됐는지는 시간이 가면 밝혀지겠지만, 만약 관계당국이 '타결'에 조급한 나머지 회사측을 밀어붙였다면 문제가 적지 않다. 타결여부에 관계없이 불법파업에는 단호하고 엄정하게 사법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불법파업의 악순환은 절대로 단절되지 않는다. 최근 통상협상차 서울에 왔던 미·일 대표단이 하나같이 한국의 강성노조가 투자에 걸림돌이라고 밝힌 것도 따지고 보면 맥락이 이어진다. 파업이 끝나면 불법이나 폭력도 유야무야되고 갖가지 형태로 파업기간중 임금까지 지급하지 않으면 아니되는 불합리한 노사관행은 시급히 시정돼야 하고,그러려면 정부도 달라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