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 후 처음으로 남북한 정상이 평양에서 만나 공동선언문을 발표한지 오늘로 한돌을 맞았다. 50년 넘게 쌓여온 갈등과 대립을 청산하고 화해와 협력의 새 시대를 열기 위한 역사적인 순간이었음은 1년전이나 지금이나 평가를 달리할 수는 없을 것이다. 지난 1년동안 남북간 평화정착을 위한 갖가지 노력들이 많은 분야에서 진행돼왔다. 사상 첫 국방장관회담을 비롯해 각급 당국자간 회담이 15차례나 열려 현안들을 논의했고,세번의 이산가족 방문단 교환,경의선 철도 연결과 경협활성화를 위해 제도적 기틀을 마련하자는 합의서를 교환하기도 했다. 한마디로 남북이 다소나마 분단의 벽을 허물었고,현안이 발생할 경우 서로 협의를 통해 해결해 나가려는 새로운 대화의 틀을 구축한 것은 과소평가할 수 없는 분명한 성과다. 그러나 그간의 남북관계를 되돌아보면 실망스런 느낌도 갖지 않을수 없다.북측의 미온적 대응으로 각종 협력사업은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진척을 보지 못한데다 공동선언의 핵심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은 아직도 불투명한 상태로 남아 있다. 이산가족들의 아픔을 덜어주기 위한 면회소 설치 등도 거의 중단상태다. 그로 인해 우리의 대북지원이 퍼주기식 짝사랑이 아니냐는 비판론이 대두되고 있고,그같은 국민들의 의구심이 남북협력사업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물론 남북간의 평화체제가 하루아침에 정착되기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 그러나 최소한 현안과제들을 하나 하나 풀어갈 수 있으리란 상호신뢰는 가질 수 있어야 한다. 그러자면 우선 북한이 보다 분명한 대화의지를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그 중 하나가 김 국방위원장의 서울답방 조기실현이다. 정부는 대북관계를 대처함에 있어서 조급함을 버리고 유연한 자세로 임하되 분명한 원칙을 갖고 대응해야 할 것이다. 북한상선의 영해침범에 대한 대응처럼 너무 가시적인 성과에 급급해 양보를 거듭하는 인상을 국민들에게 심어준다면 남북관계의 진전을 지속적으로 이뤄나가기조차 힘들 것이란 점을 명심해야 한다. 다행히 부시행정부 출범 이후 중단됐던 북·미간 대화가 다시 시작됐고,금강산관광사업을 지속시키기 위한 해법이 가닥을 잡아가는 등 교착상태에 빠졌던 남북관계에 희망적 변화조짐들이 국내외에서 나타나고 있다. 남북 당국은 1년전의 공동선언 정신을 되살려 평화정착과 이산가족의 아픔을 치유해 줄 수 있는 실질적인 조치들을 하나 하나 실천에 옮겨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