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종현 < 라이코스코리아 대표이사 jkah@lycos.co.kr > 해외출장 중에는 시차 덕분에 평소보다 더욱 부지런해진다. 새벽 4∼5시에 그날의 일정을 체크하고 일과를 준비한다. 오전 7시께 대강 업무를 처리하고 TV 리모컨을 돌려본다. 얼마전 해외출장 중에도 이런 순서를 반복하다가 왕자웨이(王家衛) 감독의 신작영화 예고편을 접하게 됐다. 왕 감독의 열렬한 마니아는 아니지만 블루톤이 묻어나던 특유의 영상을 보며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더구나 '나인하프위크'의 미키 루크,'크라잉게임'의 포레스터 위테커 등 유명배우들이 출연하는 것을 보고 '왕 감독이 드디어 오우삼 서극 이안 감독과 더불어 할리우드 주류에 편입되고 있구나'하는 생각에 예고편을 유심히 보게 됐다. 그런데 흥미를 더욱 자극한 것은 이 영화의 개봉관이 바로 '인터넷'이라는 사실이었다. 자동차회사인 BMW가 신차를 홍보하기 위해 유명 영화감독 5인에게 BMW의 자동차를 소재로 한 옴니버스 단편영화 제작을 의뢰,이 5편의 작품을 인터넷을 통해 상영하고 있는 것이었다. BMW는 'www.bmwfilms.com'이라는 새 사이트를 기획,제작해 영화 관람은 물론 영화에 사용된 BMW자동차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국내 상당수 기업들이 인터넷이 과연 '콘텐츠 전달 기술'인지 아니면 '뉴미디어'인지 혼란스러워 하는 것을 볼 때마다 안타까움을 감출 수 없다. 상당수는 인터넷이 기존의 미디어를 완전히 대체하기에는 무리가 있으며 오히려 단명해 버리는 콘텐츠 전달수단에 불과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 선뜻 인터넷을 마케팅 매체로 사용하지 않는 것 같다. 하지만 인터넷은 '단순한 전달 기술'이 아닌 '전혀 다른 방식의 새로운 미디어'이기에 이런 고민들은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이는 TV와 라디오가 서로 독립적인 매체로 자리잡은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인터넷 역시 대중들에게 대안 매체가 아닌 독자적인 미디어로 그 영역을 다지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세계적 수준인 우리의 인터넷 환경과 기술을 활용해 첨단 마케팅능력을 배양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이는 더 이상 기업들의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조건이라고 하겠다. 우리나라에서도 BMW의 인터넷 전용 영화 같은 멋진 마케팅 캠페인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