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드의'글로벌트렌드(GT)2015'는 1996년에 작성된 2010 보고서의 후속작이다. 5년이 경과한 시점에서 다시 15년후를 전망한 것이다. 지난 5년간 기술변화에 따른 추세조정을 반영하고 있다. 이번 보고서는 출발부터 과거와 다르다. 기술별로 출현시기를 담은 타임테이블을 별도로 제시하지 않았다. 대신 낙관론과 비전에 중점을 둔 것에서 탈피,낙관과 비관 어느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균형잡힌 중립적 전망을 시도했다. 또 안보나 경제적 관점에서 벗어나 사회전반적 관점에서 접근한 것도 특징이다. 기술적 가능성에 대해 단일적 경로를 제시하지 않고 다양한 발전경로를 제시하면서 극복해야 할 도전과 사회적 이슈를 부각시키고 있다. 방법론에서도 특징이 있다. 기존 기술예측 방법들을 종합했다. 전문가 판단을 중시하는 전문가판단법,데이터에 숨겨져 있는 법칙을 활용하는 경향분석법,상황변화에 따른 시나리오를 활용한 복수안분석법 등이 모두 활용됐다. 내용적으로도 과거와 다른 의미있는 시사점이 발견된다. 2015년께 바이오 신소재 나노기술등이 몰고 올 변화들을 강조하고 있다. 이것 자체는 물론 새로운 게 아니다. 하지만 바이오 신소재 나노기술과 정보기술의 융합 부분은 주목된다. 이것은 최근에 방한했던 앨빈 토플러의 미래예측과 정확히 일치한다. 신기술이 기존 산업에 미치는 영향 뿐만 아니라 신기술간 융합이 특히 그렇다. 또 기술복합과 달리 주도기술이 있게 마련인 기술융합에서 생명기술의 역할을 강조한 것도 주목된다. 유전자변형식품 지능소재 나노기술 등의 발전 시나리오도 특이하다. 투자나 기술측면의 촉진요인뿐 아니라 사회윤리적 측면과 사회적 수용성을 장벽요인의 하나로 강조하고 있다. 이들 요인의 조합에 따라 기술의 효과와 성장경로가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 준다. 현재로선 2015년께 지배적 조류가 보이지는 않지만 돌파적 혁신이 변수가 될,소위 와일드 카드에 해당하는 기술을 적시한 것도 주목된다. 나노수준의 컴퓨터,원자와 분자단위에서의 제조기술 등이 그것이다. 이번 보고서는 우리에게 기술융합에 대한 종래의 시각을 넓힐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또 대부분은 이미 국내에서도 예측돼 있지만 이번 보고서가 와일드 카드로 제시한 기술들은 지금부터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갈수록 사회적 수용성이 기술발전에 관건이 될 것이라는 전망은 그냥 지나칠 일이 아니다. 계층간 격차,프라이버시,문화적 충격 등에 대한 유연한 조정능력과 메커니즘 구축에 눈을 돌려야 한다. 경제적 측면에서가 아니라 사회적 장벽이 기술발전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안현실 전문위원.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