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대해 비판과 독설을 주저하지않기로 소문난 일본의 경제평론가 오마에 겐이치씨의 대담기사를 쓴 지난 5월말 한국의 독자로부터 '한국은 사업하기 힘든 나라'란 제목의 기사에 대한 항의 메일이 날아 왔다. "왜 한국 언론은 오마에 겐이치 같은 사람에게 사족을 못쓰고 그의 쓴소리를 신주단지 모시듯 대문짝만하게 싣느냐,부끄러운 줄 알아라" 오마에씨가 무얼 안다고 한국 때리기에 앞장 선 그의 말을 크게 다루냐는 것이었다. 항의 메일에는 한국경제 전문가도 아닌 그의 입을 빌려 "사업하기 힘들다,규제가 많다,이대론 안된다"는 비판을 늘어놓는 것이 마땅치 않다는 뉘앙스도 깔려 있었다. 뒤늦게 독자항의를 공개하는 것은 얼굴도 모르는 상대방을 딴지 걸기 위함이 아니다. 그의 주장에도 수긍이 가는 대목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 매스컴에 비치는 한국의 모습은 오마에씨의 주장을 근거없는 것으로 일축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조종사 파업으로 비행기 결항이 속출하고 대형병원 의료진이 일손을 놓아 환자들을 애태우는 소식은 일본 시청자들의 안방까지 그대로 파고들고 있다.기계가 돌고 근로자들이 구슬 땀을 흘려야 할 산업현장을 피켓과 붉은 머리띠가 가득 메운 장면 또한 일본 기업,기업인들에게 속속 뉴스로 전해지고 있다. 일본을 찾는 한국의 정부 관료와 기업인들은 입만 열면 '외자 유치'를 단골 메뉴로 내놓는다.그러나 이들이 듣고 가는 답은 거의가 "검토해 보겠다,협조해 보겠다"일 뿐이다.그리고 일본 기업인들은 등 뒤에서 "노사관계가 걱정돼서"라고 자신들끼리 속삭인다. '코리아 노(No)'라는 결론이 정해진 상태에서 질문과 답변이 언제나 똑같은 방식으로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사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는 구호가 넘쳐났던 한국뉴스에는 오늘도 가뭄으로 거북등처럼 갈라진 논바닥과 파업,정치권 대립 소식이 빠지지않았다.엄청난 자연 재해속에서 산업평화마저 깨진 고국소식을 지켜 보는 기자의 뇌리에는 "누가 한국에 투자합니까"라고 반문하던 오마에씨의 표정이 다시한번 떠올랐다. 돈 주머니를 움켜쥔채 어디에 투자할까 계산기를 두드리는 일본 땅에는 얄궂게도 비 소식이 끊이지 않고 있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