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면 하나조차 쉽게 보여주지 않는 외국인 기술자들이 정말 얄미웠습니다. 본때를 보여주기위해 죽어라고 기술을 익혔습니다" 삼창기업 이두철 회장(57)은 전량 수입에 의존해오던 전자부품을 국산화하는등 평생을 기술개발의 외길을 걸어온 의지의 한국인이다. 이같은 노력 덕택에 국내 원전 계측제어분야에서 독보적인 존재로 인정받고 있다. 자본금 4만원에 직원 7명의 조그마한 회사를 삼창기업 삼창기술 트리메탈코리아 SPM(삼창정밀말레이지아 현지법인)등 8개사로 키웠다. 연 매출액이 1천억원이 넘고 종업원도 9백명에 달한다. 이 회장은 지난 74년 삼창기업의 전신인 "현풍엔지니어링"을 차렸다. 용어조차 생소했던 원자력 계측제어 분야에 겁없이 뛰어들었지만 기술력이 문제였다. 그는 원전 건설현장에서 일하던 외국인 기술자들로부터 "해법"을 찾기로 했다. 환심을 사기위해 잔심부름을 도맡아했다. 코가 삐뚤어지도록 술을 함께 마시기도 했다. 숙식도 같이 한 끝에 결국 계측제어기술을 손에 쥘수 있었다. 이때 느꼈던 설움은 그가 지금까지 기술개발에서 손을 떼지 않게한 원동력이 됐다. 창업한뒤 27년동안 적지않은 좌절도 겪었다. 지난 78년 직원 80명을 데리고 중동의 발전소 설비사업에 뛰어들었다가 7개월여만에 빌생한 내란으로 빈털털이로 쫓겨나온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때부터 눈앞의 이익을 추구하기보다는 10년뒤에 번성할 사업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는 지난 92년부터 경기도 안양과 울산 등에 4개의 부설연구소를 세웠다. "기술이 곧 사람"이라는 지론에 따라 이곳에서 인재를 길러냈다. 매년 매출액의 4%이상을 연구비에 투자했다. 이에 따라 현재 삼창이 배출한 5백여명의 고급기술 인력들이 국내 원전 가동시스템을 총괄관리하고 있다. 연구개발의 성과는 눈부셨다. 원전이 시스템의 오류나 착오로 불시에 정지되는 횟수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전자제어카드 82종을 국내에서 가장 빨리 만들었다. 디지털조속기(調速機)와 환경방사선 감시시스템 등 원전의 안전 확보에 필수적인 수십여종의 원전 자동제어설비기술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이같은 공을 인정받아 국내 중소기업인으로선 최초로 지난 95년 한국원자력 기술대상을 받았다. 지난 90년대 중반부터 이 회장은 사업다각화와 글로벌 경영에 주력했다. 지난 94년초 세계 제1위의 브라운관 제조국인 한국이 컬러TV 브라운관의 고화질을 결정짓는 첨단 소재인 트리메탈을 전량 수입한다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다. 당장 관련 분야 전문가 5명과 함께 트리메탈 분야의 선진국인 영국과 독일을 방문했다. 2년간의 노력 끝에 기술을 습득,세계에서 4번째로 제품을 내놓을수 있었다. 국산품이 나오자 당장 수입품의 가격이 절반으로 떨어졌다. 국내 가전사에 트리메탈을 공급하는 것은 물론 일본 프랑스 중국 등 6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세계시장 점유율은 프랑스 인피(INPHY)에 이어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 회장은 창업 이후 매년 3개월가량을 외국에서 보냈다. 물론 업계 동향을 파악하고 최신 기술을 얻기 위해서였다. 이렇게 해서 맺은 인연을 바탕으로 미국의 우드워드,프랑스 알스톰 등 36개 외국 기업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있다. 앞으로 10년간 첨단 바이오.신소재 개발에 전력을 쏟을 각오다. 이를 위해 지난 96년 신소재개발연구소를 세운데 이어 2~3개 정도의 첨단 소재 개발연구소를 설립할 예정이다. 이 회장은 울주문화원 초대 원장과 울산상의 부회장직을 맡으면서 기업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고 있다. "발을 딛고 사는 곳에 반드시 "땅세"를 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기술개발에 관한한 그 누구에게도 지지않을 정도로 욕심이 많은 이 회장이지만 기업에 관한한 소유욕은 없다. 때가 되면 전문경영인에게 경영권을 넘겨줄 생각이다. 단지 소망이 있다면 삼창기업이 1백년이상의 전통을 자랑하는 향토기업으로서 울산시민들과 동고동락하는 것이다. http://www.samchang.com (052)261-0011 울산=하인식 기자 s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