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위주의 모던하고 깔끔한 실내 인테리어.넉넉한 통유리를 통해 보이는 뒷편의 선릉. 숯불구이집 "소농"의 첫인상은 여느 고기집과는 확연하게 달랐다. 마치 잘 꾸며진 찻집이나 카페에 들어온 게 아니간 하는 느낌마저 들었다. 소농을 찾으면 차별화된 실내분위기 말고도 인근의 고깃집보다 턱없이 싼 가격에 또 한번 놀라게 된다. 주메뉴인 갈비살이 1인분에 6천9백원이고 등심이 7천9백이다. 웬만한 강남 고기집의 딱 절반 수준이다. 이렇게 장사를 해도 남는게 있을까 싶었는데 이유가 있었다. 고기가 한우가 아닌 수입고기란다. 수입고기를 한우라고 속이는 곳이 한두군데가 아닌데 소농은 특이하게도 스스로 수입육이라고 자수(?)를 한다. 수입산 고기지만 인근 젊은 직장인들이 1인당 1~2만원의 저렴한 가격에 찾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게 소농의 전략이다. 수입고기니까 맛은 별로겠지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수입육의 여러등급 가운데 상위급에 속하는 "초이스급"이상만을 사용하기 때문에 한우에 못지않은 맛과 육질을 자랑한다는 게 소농 도재훈사장의 설명이다. 도사장은 또 "걸쭉한 고기양념이 아닌 최소한의 소스만 묻혀 고기의 원맛을 최대한 살렸다"고 강조했다. 젊은 직장인들의 취향을 감안해 과감하게 쌈을 없애고 다양한 야채를 섞어 만든 소스를 제공하는 것도 이집의 특징이다. 특히 매콤하고 톡 쏘면서도 향긋한 뒷맛을 남기는 초고추장과 와인 피넛버터로 만든 샐러드 소스가 인상적이다. 고기의 느끼한 맛을 없애주는 간장소스도 이 곳만의 독특한 소스다. 식사후 냉면대신에 제공되는 북한식 "물김치말이"는 이집맛의 별미다. 매일매일 담궈 차갑게 보관해 두었다가 즉석에서 밥이나 소면에 부어주는데 고기 먹은 뒤의 입과 속을 개운하게 풀어주는 데 그만이다. 점심시간때 찾는 손님들을 위해선 김치찌개와 도가니갈비탕 야채비빔밥등을 5천원 내외의 부담없는 가격에 제공한다. 기호에 따라 숯불새우구이도 구워 먹을 수 있다. 소농이 무슨 뜻이냐는 기자의 물음에 도사장은 "소농은 작은 농촌,즉 정겨움과 편안함이 묻어나는 고향같은 곳을 의미한다"며 "비록 한끼 식사지만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이런 분위기를 맛볼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소농으로 지었다"며 환하게 웃었다. (02)501-5912~3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