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조종사노조가 파업 돌입 이틀째인 13일밤 사측과 교섭을 전격 타결지은 것은 고임금 노조의 파업과 항공대란을 바라보는 국민의 따가운 시선에 밀린 결과로 풀이된다. 가뭄 극복에 온 국민이 하나로 나서고 있는 마당에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발생한 연봉 1억원 안팎의 고임금 노조원의 파업은 처음부터 일반 시민은 물론 다른 회사의 노조원들에게 조차 상대적 박탈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특히 항공대란에 따른 국민의 불편과 국가 이미지 실추, 막대한 사회적.경제적손실 등이 현실화되면서 국민들 사이에 비난여론이 비등했다. 조종사노조가 지난 11일밤 협상과정에서 임금동결을 선언한뒤 운항규정심의위노사 동수 참여와 외국인조종사 연차적 감원 요구 등의 수정안을 낸 것도 바로 이같은 분위기를 감안한 것이었다. 민주노총이 12일 "가뭄이 가슴 아프지만 그 때문에 직장인들의 1년 농사를 포기할수는 없다. 파업에 가기전에 교섭을 타결하고 싶고 불가피하게 파업에 들어갔더라도 최단시일안에 파업을 마무리하고픈 게 우리 심정"이라는 내용의 자료를 낸 것도국민들의 비난 여론을 피해보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이같은 분위기속에 정부가 12,13일 불법파업에 대한 단호한 처리 방침을 천명하고 발빠르게 노조간부에 대한 사법처리 수순을 밟은 것도 파업을 조기에 해결하는데큰 압력으로 작용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12일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평화적 집회와 시위는 보장되지만 불법적이고 폭력적인 시위는 안된다"며 "부당하고 물리적인 힘에 정부가 물러서서는 안된다"고 강조한데 이어 13일에도 "불법파업에 대해서는 정부가확실히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검찰은 전날 이성재 노조위원장 등 집행부 14명에 대한 체포영장을 받부받아 집행을 시도한데 이어 13일에는 농성장인 중앙대에 대한 공권력 투입 방안을 검토하는 등 노조를 압박해 나갔다. 지난해 출범해 투쟁 경험이 일천한 집행부 입장에서는 집행부에 대한 체포영장발부 등 사법처리 수순은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게 공안 당국의 판단이다. 체포영장 발부와 집행이 시도된 12일밤 협상에서 노조측이 그동안 쟁점에서 한발 물러나 고소고발 취하및 징계 면책 등을 핵심쟁점으로 들고 나온 점은 사법처리에 큰 부담을 느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또한 항공사 노조가 본의 아니게 이번 민주노총 연대파업의 주력 사업장으로 떠오르면서 협상이 상급단체인 공공연맹과 경총의 `기세 싸움' 양상으로 흐른데 대한 노조원들의 내부 문제 제기도 조기 타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처럼 여론의 압박과 불법파업에 대한 정부의 단호한 의지, 노조 내부 사정 등이 맞물려 노사가 13일밤 전격 교섭을 타결함으로써 향후 민주노총의 연대파업 일정은 큰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은 물론 의외로 두 항공사 노조의 동시파업이 연대파업의 파급력을 극대화하고 분위기를 확산시키는 나름대로 충분한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하고 다른 사업장의 연대파업 일정은 예정대로 진행시켜 나간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대한항공조종사노조가 연대파업 분위기를 주도해왔기 때문에 당장 아시아나항공노조, 보건의료노조의 파업 열기가 급속히 냉각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13일 파업돌입 예정인 보건의료노조 산하 12개 병원 가운데 7곳이 타결된데 이어 서울대병원, 이화의료원 등도 협상전망이 밝은 편이다. 더구나 불법 파업에 대해 정부가 단호히 대처해 나갈 수 있는 상황이 조성됨으로써 여천 NCC 등 불법,폭력 행위가 벌어진 파업 사업장들도 상당한 압박을 받아 민주노총의 연대파업은 14일을 고비로 흐지부지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법과 원칙에 따른 엄단 방침을 여러차례 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합의문에 고소고발 취하, 징계및 민사상 문제 최소화 등의 내용이 담겨있어 노동계일각에서는 또다시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우리 노동계의 악습이 되풀이됐다는 비난도 제기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성한 기자 ofcours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