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내가 맡긴 돈은 비과세가 되는 겁니까" 12일자 한국경제신문에 '국세청의 장기주택마련저축 편법 가입실태 조사' 기사가 보도된 후 적지 않은 독자들이 물어 온 질문이다. 한 독자는 "매달 1백만원씩 붓는 것이 원칙이지만 미리 목돈을 집어넣어도 모두 비과세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은행 직원이 권유했다"며 가입 동기를 밝혔다. 그는 "만약 국세청이 초과분에 대해 이자를 물린다면 은행에 배상을 청구하겠다"고 강한 어조로 불만을 토로했다. 장기주택마련저축은 서민들의 주택 마련을 돕기 위해 이자소득에 대해 세금을 물리지 않는 금융상품이다. 게다가 연말이 돌아오면 최대 3백만원까지 소득공제 혜택도 주어진다. 비과세이기 때문에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은행들은 이같은 점을 십분악용,거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장기자금을 유치하는 편법영업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매달 1백만원씩 넣을 수 있는 상품에 미리 목돈을 받아 모두 비과세로 처리해주겠다고 고객들을 유혹한 것이다. 매달 1백만원씩 7년간 불입하지 않고 7년치 가입액인 8천4백만원을 한꺼번에 넣어두도록 한 케이스도 적지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연말 소득공제를 앞두고 한꺼번에 1년치 불입액을 넣도록 한 경우도 많았다는 후문이다. 이에 대해 은행 관계자들은 "일부 그런 일도 있었겠지만 개인적인 사정으로 매달 불입하지 못하고 몇달치를 한꺼번에 내는 고객도 적지 않다"는 궁색한 변명을 하고 있다. 실제로 불가피한 사정이 있는 고객도 있겠지만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렇지만 은행은 신용을 생명으로 하는 회사다. 고객들이 '모른다'고,은행이 살기 위해 편법으로 자금을 유치해도 되는 일일까. 장기주택마련저축 가입자중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같은 편법 유혹에 넘어갔다가 세금을 추징당하게 될 지는 국세청 조사가 끝나봐야 안다. 하지만 '재테크''세테크'라는 이름으로 편법을 조장해 온 은행들이 이번 일로 고객들로부터 신뢰를 잃게 됐다는 사실만은 분명해 보인다. 김준현 금융부 기자 kim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