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원 < 한국디자인진흥원 원장 ceo@kidp.or.kr > '좋은 디자인은 좋은 비즈니스'라는 말이 있다. IBM 회장을 역임하면서 세계 최고 수준의 디자인 개발에 앞장섰던 토머스 왓슨 2세가 한 이 말을 요즘 많은 경영자들이 즐겨 사용하고 있다. 실제로 사업을 하면서 디자인의 중요성을 실감하게 됐다는 경영자들을 자주 만난다. 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요인이 뒷받침돼야 하므로 디자인이 좋다고 꼭 사업이 성공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성공을 거두는 데 있어 좋은 디자인은 그 역할이 커진다.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아 갖고 싶은 충동을 일으키는 매력의 포인트는 바로 디자인을 통해 창출되기 때문이다. 또한 고객의 뇌리에 깊이 새겨지는 시각적 이미지도 디자인의 산물이다. 필립스 애플 GM 포드 등 세계적인 기업들이 좋은 디자인을 개발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런데 좋은 디자인을 개발한다는 것은 말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기술과 마케팅은 물론 기업 문화가 디자인 개발과정에서 어우러져야만 비로소 개성있고 세련된 디자인이 창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디자인의 중요성을 깊이 이해하는 최고경영자와 회사의 경영전략은 물론 시장동향 디자인경향 등을 꿰뚫어 볼 수 있는 디자이너의 역량이 결합돼야 한다. 실제로 독창적인 디자인의 오디오와 비디오로 세계를 석권하고 있는 덴마크 뱅&오루프센(B&O)은 데이비드 루이스라는 영국 출신 디자인 컨설턴트와 20여년 동안이나 함께 일하고 있다. 한 사람의 디자인 리더가 책임지고 개발한 덕분에 B&O의 디자인 명성이 쌓이게 된 것이다. 이처럼 좋은 디자인이란 디자이너의 창의성이 문화 기술 시장 및 고객의 취향 등과 장기간 함께 호흡해가는 과정 속에서 만들어진다. 바로 '이거다'라는 디자인 컨셉트가 나오는 것은 결코 우연이나 행운이 아니다. 좋은 디자인을 개발하기 위해선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차근차근 준비해야 한다. 반짝 아이디어로 좋은 디자인을 얻겠다고 조급해하는 이들 가운데 성공을 거두는 예는 찾아보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뿌리는 대로 거두는 것이 바로 디자인과 비즈니스의 관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