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신규 고객확보 등을 목적으로 `백화점식' 경품 경쟁을 벌이고 있다. 고객들이 금융상품이나 거래 은행을 선택할 때 특징이나 조건을 꼼꼼히 따지기보다 경품에 현혹돼 판단을 흐리게 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12일 금융계에 따르면 주택은행은 이달부터 오는 11월말까지 매월 한차례씩 자동화기기(ATM/CD) 이용고객들을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냉장고, 식기세척기, 오디오,압력밥솥, 문화상품권 등 사은품을 주고 있다. 또 지난달 16일 단순 신용카드 결제기능에 각종 금융서비스를 접목시킨 `i-Need카드'를 출시하며 다음달말까지 신규로 가입한 고객들에게도 추첨을 통해 자유여행권(50만∼100만원 상당)을 제공하기로 했다. 제일.신한.한빛.하나은행 등은 인터넷뱅킹 신규 가입고객들을 대상으로 이달말이나 다음달말까지 이벤트 당첨자에게 현금이나 문화상품권, 디지털카메라, 김치냉장고, DVD플레이어, MP3플레이어 등을 줄 예정이다. 한미은행은 지난달부터 이달까지 `한미VISA카드 100만회원 가입기념' 행사로 100만원 정기예금통장.김치냉장고 등을, 외환은행은 이달부터 8월말까지 `환전고객사은잔치'로 해외 여행.출장 고객들에게 잡지 구독권을 각각 경품으로 내걸고 있다. 서울은행도 `서울은행 BC카드고객사랑 행운대잔치'라는 이름으로 캠코더.자전거.주유상품권.고속도로카드 등을, 산업은행은 `자유자재 정기예금 판매기념'으로 백화점 상품권 등을 내걸었다. 경품 경쟁을 벌이는 은행들은 공정거래위원회의 `경품제공 기준' 고시에 제시된 경품류 정의나 기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도록 교묘하게 이용하고 있다. 하지만 고객들이 금융상품의 특징이나 서비스의 질을 따지는 데 저해요인으로작용할 수 있고 경품제공의 비용처리 또한 분명하지 않다는 것이 소비자 문제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국소비자보호원 관계자는 "은행들의 경품제공에는 금융소비자들의 올바른 선택을 가로막는 측면과 고객의 주머니를 털어 인심쓰듯 하는 경비처리상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며 "유통업체에 만연된 경품제공을 은행들이 답습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상거래로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한승호기자 h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