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주택은행이 합병 기념선물로 주화세트(1∼5백원 동전)를 검토하면서 발권기관인 한국은행과 동전 제조기관인 조폐공사간에 미묘한 갈등을 빚고 있다. 조폐공사는 작년부터 수익사업으로 동전 6종을 포장한 기업홍보용 선물세트를 개당 약 4천7백원(동전액면은 6백66원)에 판매해 짭짤한 재미를 봤다. 올초 교보생명의 주문을 받아 주화세트 16만개를 제작, 7억5천만원에 납품했다. 그러나 국민.주택은행의 주문량이 무려 4백만세트에 달해 문제가 생겼다. 이유인즉 한은이 1999년부터 1원과 5원짜리 동전을 홍보용이나 외국과의 교환용 외에는 발행하지 않고 있기 때문. 1원, 5원 동전은 시중에서 거의 유통되지 않고 있는데다 만드는 비용이 개당 1백원을 넘기 때문이다. 한은은 아직 조폐공사의 공식요청이 오지 않았지만 '주문 제작'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관계자는 "유통목적이 아닌 사업목적의 대규모 동전 발행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지폐나 동전을 만드는 곳은 조폐공사지만 한은이 정해준 금액 만큼만 찍어낼 뿐 자의적으로 발행할 순 없다. 결국 이 문제는 국민.주택은행이 기념품을 바꾸는 것외엔 달리 해법이 없다는 지적이다. 오형규 기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