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철강수입제한을 고려하고 있으며, 중국은 일본자동차 수입을 작년의 절반 수준으로 줄일 것을 결정했다. 세계경기가 하강국면에 접어들면서 각 나라마다 자국산업을 보호하고 수출을 늘리기 위해 통상 문제에 더욱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특히 자동차분야에서 미국과 EU로부터 압력을 받고 있다. 그 이유는 한국이 작년에 모두 1백67만대의 자동차를 수출한 반면 4천6백대만을 수입해 수입보다 수출 대수가 30배가 넘는 무역역조 현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서도 자동차 수출은 파죽지세로 늘어나 통상마찰을 빚고 있는 미국 시장에서의 판매가 무려 35%나 증가했다. 이러한 수출 호조의 원인은 한국자동차의 품질 향상과 급격한 달러 강세로 인한 가격 경쟁력에 있다. 반면 미국의 빅3 자동차메이커들은 미국 경기침체로 인한 수요 감소와 외국산 자동차의 대규모 반입에 밀려 판매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미국의 자동차산업에서는 대량 실업이 발생하고 있으며,메이커들의 경영은 악화되어 가고 있다. 상황이 이 정도 되면 통상 마찰이 발생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이미 미국 언론에서 한국자동차 판매 급증에 대해 꼬집기 시작했다. 미국내 자동차 메이커들 역시 한국자동차 시장의 폐쇄성에 대해 공격의 수위를 한층 높이고 있다. 자동차는 늘 통상문제의 중심에 있다. 현대자동차의 엑셀이 미국 시장에서 약진하던 1980년대 후반에 민주당 게파트 대통령후보는 자국산업 보호주의를 표방하여 인기를 얻고자 했으며, 미국 정부는 일본자동차에 수입 쿼터제를 실시해 대일 무역적자를 해소하려고 했다. 그러므로 현재 발생하고 있는 자동차 통상마찰이 원만하게 해결되지 않으면 여타 한국 상품들이 미국 시장에서 제재를 당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 비추어 볼 때 최근 정부관료가 수입차를 애용할 것을 장려한 것은 적절한 제스처였다. 그렇다고 한국시장이 제도적으로 수입차에 대해 불공정 무역장벽을 쌓고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한국관세는 국제수준에 상응하고 있으며, 법.제도는 수입차와 국산차를 차별하지 않고 있다. 수입차 소비자에 대한 '세무조사' 의혹도 사실과 다르다. 그러면 한국에서 수입차 시장점유율이 1%도 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아마 국민정서 때문일 것이다. IMF구제 금융시대를 지나면서 외제 상품에 대한 거부반응은 심해졌으며 이러한 정서 때문에 수입차를 타고 다니는 운전자들은 왠지 모르게 위축되게 마련이다. 이제는 우리가 시각을 바꿔야 할 때다. 수입차를 단지 지위의 상징이나 사치품으로 보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수입차는 국내 소비자들에게 더 많은 선택을 제공해 우리의 자동차문화를 한 단계 성숙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자동차의 배기량으로 그 사람의 지위를 가늠하는 기성세대의 자동차문화에서 벗어나 차를 라이프 스타일의 하나로 간주하는 새로운 자동차 문화를 성숙시켜 나가는데는 수입차가 일조할 수 있다고 본다. 물론 수입차에 대한 현 정서는 해당 회사들이 원인제공을 한 부분도 있다. 수입차는 주로 고가 시장에 포진되어 있으므로 부유층의 전유물이 될 수밖에 없었다. 수입차 회사측이 반(反)외제 정서를 바꾸고 시장을 확대해 나가기 위해서는 대형차 뿐만 아니라 소형차도 적극 마케팅해 소비자에게 친근하게 다가가야 한다. 우리는 매년 1백만대가 넘는 자동차를 수출하고 있다. 따라서 어느 정도의 차량 수입은 바람직하며 또 불가피하다고 할 수 있다. 정부나 업계에서도 수입차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일에 보다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야 한다. '남에게 대접받고자 하는 대로 남을 대접하라'는 황금률이 통상문제에서의 호혜주의 원칙이기 때문이다. 자동차 전자 반도체 조선 철강과 같이 한국경제를 선도하는 모든 산업이 수출에서 그 활로를 찾고 있다. 이런 시점이니 만큼 우리는 '수입차 문제'라는 통상마찰의 암초를 제거하는 일에 더 많은 관심을 쏟아야 한다. wchu@car123.co.kr --------------------------------------------------------------- ◇ 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