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0대 무역국인 중국의 WTO(세계무역기구) 가입이 사실상 확정됨에 따라 재계는 한국 산업계에 미칠 득실을 따지느라 분주하다. 중국이 WTO에 가입하게 되면 중국의 시장개방이 확대되고 사업환경이 전반적으로 개선되는 기회를 제공하면서도 양국이 섬유 등 경쟁업종을 놓고 세계 무역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에 직면하게 되는 양면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재계는 중국의 WTO 가입이 단기적으로는 우리나라의 수출증대 등에 기여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중국이 가격경쟁력을 통해 선진국 시장을 잠식하는 등 한국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단기적으로는 호재=거대시장인 중국에 대한 수출이 늘어나는 등 중국의 WTO 가입이 단기적으로는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특히 무역업계는 중국에 대한 수출 증가분이 수입 증가분보다 많아 무역수지 흑자가 연간 4억6천만∼10억달러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앞으로 6년간 중국에 대한 수출이 32억8천만달러 증가하고 수입은 3천만달러가 늘어나 전체적으로 32억5천만달러의 흑자가 발생할 것이라는 게 무역협회의 분석이다. 업종별로는 석유화학 철강 전자 등에서 한국의 원부자재·부품 등의 대중국 수출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중국보다 고도화된 기술집약적 산업의 수출이 많아져 외환위기 이후 중국시장 진출의 교두보로 한국에 투자한 다국적기업들도 중국에 대한 수출물량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재계는 전망했다. ◇장기적으론 부담=국내 산업계는 장기적으로는 현재 흑자기조를 유지해온 대중국 무역수지가 적자로 돌아설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중국이 선진국 투자를 끌어들여 제품을 생산한 뒤 한국으로 수출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값싼 농수산물도 현재보다 수월하게 들여보낼 수 있어 농산물과 천연 직물류의 수입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중국은 수출을 확대하면서 미국 유럽 등 우리나라 주요 수출시장을 잠식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을 중국진출의 교두보로 삼았던 외국인들이 투자여건이 개선된 중국에 직접투자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우리나라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는 줄어들 것으로 재계는 내다봤다. ◇산업계 대응방안=전문가들은 기술투자를 확대해 가격 외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중국 농수산물 등의 수입개방 압력에 대비한 전략을 짜는 등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능한 한 저급기술의 중국진출을 지양하고 한국의 대량생산 기술과 중국의 노동력,기초기술을 조합해 양국이 동시에 이익을 누릴 수 있는 '윈-윈'형 산업협력구조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정구학 기자 c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