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한국은 싱가포르 홍콩 대만과 더불어 '아시아의 네마리 용'으로 불렸다. 이들은 지속적인 경제성장으로 신흥 개발도상국을 넘어 선진국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국내외 많은 전문가들은 예견했다. 그러나 이제는 어느 누구도 한국을 용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많은 경제전문가들은 한국이 왜 용에서 뱀이 됐는가에 대한 원인을 찾아 다시 용으로 도약할 수 있는 충고를 했다.그러나 대부분 정부정책이나 사회전반에 걸쳐 마구잡이식으로 비판만 했지,실제로 우리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구체적 정책수립에는 큰 도움을 주지 못했다. 과연 우리나라와 다른 세마리 용의 가장 근본적인 차이점은 무엇인가? 최근 산업정책연구원(IPS)이 발표한 국가경쟁력 보고서에서 그 해답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필자는 이 보고서의 공동연구자로 참여했다. 이 보고서의 내용을 잘 살펴보면 한국과 세마리 용은 매우 상이한 경쟁패턴을 보여주고 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세마리 용은 이미 선진국형 경쟁패턴으로 바뀐데 반해 한국은 아직도 후진국형 경쟁패턴을 고집하기 때문에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우리가 한국경제의 문제를 흔히 '고비용 저효율'이라고 말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고비용이란 우리의 임금 등이 고비용이라는 얘기인데,이는 중국이나 필리핀 등 다른 후진국과 비교해서 그렇다는 것이며,우리의 경쟁상대를 다른 후진국으로 생각하는 후진국형 경쟁패턴을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경쟁상대가 미국 일본 독일 등 선진국이라면 우리의 임금은 아직도 낮은 편이다. 그렇다면 선진국형 경쟁패턴이란 어떤 것인가? 후진국형이 경쟁의 핵심을 주로 근로자의 생산성에 의존하고 있는 데 반해 선진국형은 전문가의 생산성에 의존하고 있다. IPS 국가경쟁력 보고서에 따르면 전문가의 경쟁력 순위에 있어 연구 대상 64개국 중 싱가포르가 4위,홍콩이 6위를 차지해 선진국중에서도 상위권에 올라있음을 알 수 있다.반면 한국은 21위에 머물러 전문가의 경쟁력이 이들에 비해 훨씬 뒤처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싱가포르 홍콩은 이미 선진국형 경쟁패턴에 돌입했는데 우리는 후진국형 수준이라는 것이다. 싱가포르 홍콩을 한국과 비교해 보자.전통적인 경쟁력 변수인 자원 자본 노동자 등에 있어서 이들은 우리보다 나은 것이 없다. 그들이 우리보다 확실히 나은 것은 바로 선진화된 전문가 집단이다. 우리나라가 경쟁력있는 전문가 집단을 갖기 위해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정책을 취해야 하는가? 첫째,전문직에 대한 비합리적인 진입 장벽을 축소해야 한다. 전문경영인 변호사 교수 기타 모든 전문가의 숫자를 늘리고 특히 외국인에게도 적극 개방해야 한다. 숫자가 늘어날수록 경쟁이 높아져 경쟁력이 높아진다. 경쟁이 없으면 경쟁력도 없다. 둘째,전문가의 보수를 국제수준으로 높여야 한다. 문호만 개방하고 적절한 보수가 따르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전문경영인들이 엄청난 보수를 받는 것은 결코 사치스러운 일이 아니다. 그 이상의 생산성을 높여주는 경쟁력이 있기 때문이다. 셋째,적절한 보수를 결정하기 위해선 합리적인 평가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한국의 경우,많은 조직체에서 연봉제를 도입했지만 합리적 평가제도의 미비로 적지 않은 불만과 혼란이 야기되고 있다. 모든 사람들은 평가제도에 따라 움직이게 돼있다. 평가제도가 잘못돼 있다면 구성원들이 잘못 행동하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경영방정식을 간단하게 만들어야 한다. 정부나 노조가 전문경영인의 합리적 의사결정을 방해하면 안된다. 국제경쟁력이 있는 전문가 집단이 있을 때 다른 경제 변수들은 별로 문제가 안된다. 전문적 경영으로 자원 자본 노동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이를 위해 필요하다면 해외투자 문호개방 등 국제화로 해결할 수도 있다. 선진국형 경쟁패턴에서는 전문가 집단이 경쟁의 주체이다. 미국 및 다른 선진국들이 그랬고,이제는 싱가포르 홍콩 등이 또한 그렇다. 우리도 선진국형 경쟁패턴을 추구해야 한다. 최근 많은 전문인력이 우리나라를 떠나고 있다고 한다. 선진국을 추구하는 우리 모두가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할 일이다. cmoon@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