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구조조정과정에서 조기 퇴직한 금융인 가운데 최소한 5천여명은 아직도 미취업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재취업에 성공한 경우도 단기 계약직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8일 전국은행연합회 전직금융인 취업센터에 따르면 IMF(국제통화기금)체제 전후은행 구조조정에 의한 조기 퇴직자는 모두 7만8천여명에 이르며 재취업 의사가 있는데도 아직까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실직자만 해도 5천여명에 이르고 있다. 이 같은 규모는 조기 퇴직자 가운데 50대 후반이나 개인사업 창업자, 자격증 취득 준비자, 이민.유학자 등과 계약직으로 재취업한 여직원 등을 제외한 것이어서 실제 미취업 퇴직자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퇴직이후 노동부, 은행연합회 취업센터, 각 은행 취업센터 등을 통하거나 아니면 개별적으로 구직활동을 벌이고 있으나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외환은행 취업센터는 지난 98년 11월부터 지난해말까지 퇴직자 중 구직의사를갖고 있는 440여명 가운데 300여명이 재취업에 성공했으나 나머지는 일부 창업자를제외하고 아직까지 실직상태에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한빛은행도 지난해 11월 명예 퇴직자 862명 가운데 300여명은 아직 미취업 상태에 있으며 재취업자들도 3개월∼1년 단위 계약직이 대부분이라서 불안정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전직 은행 차장급 출신 박 모(48)씨는 "퇴직이후 전 직장에서도 별다른 관심을가져주지 않고 40대 후반을 받아주는 곳도 없어 반년 넘게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있다"며 "사회에서도 조기퇴직자라면 마치 뭔가 문제가 있어 쫓겨난 것처럼 인식하고 있어 더욱 가슴이 아프다"고 탄식했다. 은행연합회 취업센터 김제창(金濟彰) 소장은 "은행들이 합리적인 기준이나 사전예고 등도 없이 구조조정을 하다 보니 퇴직자들이 재취업에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조직을 위해 불가피하게 퇴출한 전직자들에게도 재취업을 위한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한승호기자 h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