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usinessWeek 본사 독점전재 ] 지난 수개월 동안 캘리포니아주에서 발생한 잇단 단전 사태는 이미 비틀거리는 미국 경제를 더욱 더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이 지역은 국내총생산(GDP)의 14.6%를 차지할 정도로 미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미국내 22개의 작은 주(州)들을 모두 합쳐놓은 것보다도 더 큰 규모다. 따라서 캘리포니아의 전력난 문제가 악화되면 가뜩이나 하강 곡선을 그리고 있는 미국 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이런 상황에서는 국가적인 차원의 대응이 요구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는 캘리포니아의 최대 위기인 전력난에 대해 원칙적인 입장만 표명하는 소극적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최근 수주간에 걸친 비밀 회의에도 불구하고 부시 행정부는 이러한 상황을 해결할 만한 대안을 전혀 제시하지 못했다. 대신 백악관은 캘리포니아 위기를 환경에 유해한 내용을 담은 에너지 종합대책을 내놓는 것을 정당화하는 구실로 사용했을 따름이다. 치솟고 있는 캘리포니아주의 전기가격은 에너지산업에 대한 투자가 불충분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부시 행정부의 논리다. 그렇다면 왜 이렇듯 투자가 부족했을까. 부시 행정부가 꼽는 첫번째 이유는 정부의 규제,특히 환경에 관련된 법과 제도다. 이는 지나친 환경법이 발전소 건설을 어렵게 만들어 에너지산업발달을 막았다는 전통적인 공화당원들의 주장과 맥을 같이 한다. 하지만 사실과는 전혀 맞지 않는 얘기다. 미국의 민간 기업들이 지난 1990년대에 석유,가스,전기 사업을 대거 정리했던 것은 환경 규제 때문이 아니다. 그보다는 공급 과잉,낮은 채산성 등이 촉발제가 됐다. 예를 들어보자. 천연가스 가격이 형편없이 낮았을 당시 알래스카의 생산업자들은 더이상 수십억달러를 들여서까지 파이프라인을 건설할 인센티브를 부여받지 못했다. 반대로 지난해처럼 가격이 뛰어올랐을 때 같은 회사들은 너도 나도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이러한 투자붐은 연방정부의 규제가 완화됐기 때문이 아니다. 캘리포니아의 규제완화 계획은 전력사정을 오히려 악화시켰다. 결정적인 실수 중 하나는 전기 도매가격의 규제만 풀고 소매가격을 동결시킨 것이다. 따라서 전기 도매가가 치솟았을때 이미 위기를 예고한 셈이다. 부시 행정부는 캘리포니아주의 전력위기에 큰 책임이 없다. 하지만 이러한 엄청난 사태가 발발하고 난 후 적절한 응급조치를 취하지 못한 것은 분명 부시 행정부의 잘못이다. 캘리포니아주는 1년 전보다 10배 가량 폭등하는 전기도매가를 막기 위해 전면적 상한제를 도입해 줄 것을 연방정부에 수차례 요청했었다. 하지만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FERC)는 최근 '전력비상단계'에서만 이를 조건부로 실시키로 했다. 전기 도매가 상한제는 또다시 투자를 저해한다는 게 부시 행정부의 일관된 입장이다. 하지만 곰곰히 따져보면 가격 상한제는 상당히 설득력 있는 대안이다. 충분히 수익성을 달성할 수 있을 만큼 상한가를 높여놓고 단기적인 위기상황이 종식됐을 때 이를 다시 조정할 여지를 남겨 놓는다면 전기 도매가 상한제는 분명 합리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부시 행정부는 캘리포니아의 전력위기에 적극 대처해야 한다. 정리=고성연 기자 amazingk@hankyung.com ............................................................... ◇이 글은 미국 경영전문지 비즈니스위크 최근호에 실린 로라 타이슨 UC버클리 하스 경영대학원장의 'Ignoring California's energy crisis imperils the economy'라는 기고문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