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대용식인 시리얼 제품을 만드는 다국적기업 켈로그사가 한국에서도 성공적인 정착을 하고 있다. 켈로그의 국내 생산및 판매법인인 농심켈로그는 올해중 1만2천5백t의 제품을 생산,6백억원대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설립초기 57t의 생산액에 비교하면 엄청난 성장인 셈이다. 농심켈로그는 아침대용식 시장이 국내에서도 연평균 20~30%대의 고속성장을 하고있어 조만간 1천억원대 매출 시대를 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회사는 특히 주5일근무제,스톡옵션제,금요일 케주얼데이,전임직원 생명보험 가입 등 기업문화적인 측면에서도 앞선 제도를 도입함으로써 국내 기업들의 부러운 시선을 받고 있다. 농심켈로그는 그러나 국내에서 이런 성공을 거두기까진 오랜 기간동안 큰고통을 겪어야만 했다. 켈로그가 한국에 들어온 것은 지난 81년 3월. 농심과 50대50 비율로 농심켈로그란 합작회사를 설립하며 출범했다. 그해 8월 안성공장을 완성해 성대한 기념식을 갖고 콘프레이크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공장을 돌릴 수없는 형편이 됐다. 82년 한달 평균 가동일 수는 고작 2~3일. 근로자들은 장갑을 벗어던지고 시리얼을 팔러 밖으로 나가야 했다. 하지만 반겨주는 이가 없었다. "켈로그에서 나왔다"고 하면 "아 겔러그.게임기 만드는 회사요"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켈로그가 한국에서 살아 남을 것 같지 않았다. 켈로그가 한국을 떠날 것이라는 소문까지 나돌았다. 농심켈로그가 초기에 고전했던 것은 한국 소비자들의 마음을 너무나 몰랐던 탓. 미국 본사에서 건너온 임원진은 자사의 시리얼제품엔 영양분이 고루 들어 있어 만들기만 하면 팔릴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시리얼이 아침대용이라고 믿는 한국인은 거의 없었다. 어쩌다 시리얼을 사가는 고객도 식사 대용이 아니라 간식으로 먹는 실정이었다. 당시 시리얼을 구입하는 소비자는 외국인이나 외국에서 살다 온 사람정도였다. 그러나 88년 서울올림픽을 치르고 난 뒤에는 눈에 띄게 달라졌다. 시리얼을 찾는 고객이 부쩍 늘기 시작했다. 이듬해 켈로그는 처음으로 흑자를 냈다. 한국에 들어온지 8년만에 자리를 잡은 것이다. 하지만 매출 1백억원을 돌파하기까진 5년이 더 걸렸다. 농심켈로그는 한국 진출 14년째인 94년에야 1백억원선을 넘어섰다. 성장속도가 더딘 탓이었다. 그러나 96년부터 매출이 빠르게 늘어났다. 경쟁사인 퓨리나의 시리얼 사업부문을 인수하고 영업조직을 확충한 덕이었다. "STAR 프로그램"이라는 영양 캠페인도 매출을 늘리는데 큰 힘이 됐다. 켈로그가 한국에서 이같은 곤경에 빠지면서도 힘을 얻을 수있었던 끝내 "원칙"을 고수했다는 점. 한국 소비자들은 영양식품인 시리얼을 놓고서도 한사코 맛을 따지려 했다. 한국 소비자들은 "켈로그의 시리얼은 별로 맛이 없다"는 평가를 했다. "시리얼은 맛보다는 영양이 중요하다"고 일러줘도 먹혀들지 않았다. 시리얼을 식사대용으로 생각하지 않고 간식용 과자정도로 생각하는 소비자도 너무 많았다. 하지만 켈로그는 인기에 연연하지 않았다. 당장의 손해를 무릅쓰고 먼 훗날을 내다보며 투자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영양캠페인은 켈로그의 고집에서 비롯된 마케팅 전략인 셈이다. 켈로그는 한국 소비자들의 의식을 바꾸기로 하고 96년부터 영양 캠페인을 시작했다. 하고 싶은 말은 광고 카피를 통해 전했다. "배를 채울 것인가,영양을 채울 것인가", "반찬의 가짓수가 중요한가,영양의 가짓수가 중요한가"등. 켈로그는 한국 시장에 뿌리를 내린데 이어 고속성장을 지속할 지 여부가 관심거리다. 윤진식 기자 js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