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오클랜드시에 있는 중견건설업체인 애슬리(M.F.Astley)사는 5층이하 건물신축 및 리모델링 전문회사다. 애슬리사를 소개한 켄 매키 계약담당 임원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리모델링을 원하는 단독주택 소유자에게 어떤 조언을 해줄 수 있느냐"는 원론적인 물음이었다. 그는 손가락으로 번호를 매겨가며 리모델링 절차를 소개했다. '첫째 어떤 용도로 바꿀지 결정하라.둘째 주택 내부리모델링은 인테리어 디자이너와 상담해라.그 다음에는 주택외부 전문 디자이너와 만나라.마지막으로 내·외부 디자인의 청사진을 가지고 가장 싸게 집을 지을 수 있는 시공업체를 결정하라'는 것이었다. 뉴질랜드에서는 대개 이런 절차로 리모델링이 이뤄진다고 그는 덧붙였다. 그의 설명을 듣자니 뉴질랜드와 우리나라에서 이뤄지고 있는 단독주택 리모델링 절차에 확연한 차이를 하나 발견할 수 있었다. 디자인과 시공의 철저한 구분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대개 한 회사가 디자인도 하고 시공도 맡는다. 이런 현실과 달리 국내 리모델링 전문가들은 디자인과 시공은 분리하는게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디자인과 시공이 나눠져야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디자인은 아이디어의 산물이고 시공은 그 결과물을 충실히 반영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처럼 디자인과 시공을 한 회사가 하다보면 리모델링의 생명인 아이디어가 묻혀버리기 십상이다. 공사비를 줄이기 위해 아이디어를 살리기보다는 쉬운 공사를 택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풍토가 만연한 것은 수요자들이 디자인 비용을 내는데 인색한데도 기인한다. 기자와 함께 뉴질랜드를 방문한 국내의 리모델링 디자이너는 "비용지불을 꺼리는 것은 약과"라며 "인테리어 전문잡지에 소개된 집이나 이웃집처럼 고쳐달라고 요구할 때는 힘이 쭉 빠진다"고 털어놨다. 리모델링 분야에서 한발 앞선 뉴질랜드를 둘러보고 내린 결론은 이 것이다. 디자인 전문가의 아이디어에 가치를 부여하지 않으면 리모델링산업의 선진화는 어렵다. 오클랜드=김호영 건설부동산부 기자 h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