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더숍(Order Shop) 제도가 패션업계를 중심으로 새로운 유통방식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오더숍 제도란 판매자가 앞으로의 시장상황을 예측, 잘 팔릴 만한 상품을 직접 골라 주문하고 재고 등 뒤처리 책임도 자신이 지는 선진국형 영업방식을 말한다. 이 시스템을 도입하면 메이커는 재고부담이 줄어드는 등 비용절감 효과를 볼 수 있고 판매자는 더 큰 마진을 보장받는다는 장점이 있다. 이에 따라 기획 생산 판매 재고관리까지 메이커가 모두 책임지던 방식이 뿌리부터 바뀌어 가고 있다. 나이키스포츠는 전국 4백여개 매장을 모두 오더숍으로 운영하고 있다. 점주들은 1년에 4차례 열리는 품평회에 참석, 자신의 매장에 걸릴 상품을 직접 고른다. 이 회사 마케팅부의 이영미씨는 "이 제도 시행 초기에는 물건을 사간 후 60일 내 현금입금이라든지 재고 반품처리가 안되는 등 오더숍 시스템에 대한 점주들의 반발이 컸지만 지금은 완전히 정착됐다"고 말했다. 여성복업체 발렌시아는 전국 20여개 매장을 오더숍으로 전환해 성공한 사례다. 이 회사의 김영일 사장은 "본사에서는 기획만 책임지고 생산은 1백% 아웃소싱으로, 판매는 점주가 책임지는 방식을 도입해 제품 가격을 낮출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매년 재고율 0%에 매출신장률 1백%라는 기록을 세우고 있다. nSF도 레노마스포츠 등 캐주얼브랜드 매장을 오더숍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아디다스코리아는 최근 대리점주들과 합의, 지정 오더숍제 도입을 결정했다. 전체 물량의 25%를 점주들이 완전히 사가는 방식이다. 제일모직도 스포츠캐주얼인 라피도 매장을 오더숍으로 점차 바꿔 나갈 예정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최근 진행된 수주회의에서 전체 물량의 50% 이상이 오더숍 시스템 형태로 판매됐다"고 밝혔다. 또 "점주들이 오더숍 제도에 익숙해질 때까지 적응기간을 두고 있다"며 "일단 15% 정도의 반품은 인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코오롱상사 국제상사 화승 등도 오더숍으로의 전환을 계획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현재 패션업계를 중심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는 오더숍 제도가 더욱 확산될 경우 제품의 판매가격을 판매자가 결정하는 오픈 프라이스 시스템도 조기에 뿌리내릴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설현정 기자 s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