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신 < 민주당 국회의원 yschang@assembly.go.kr > 달력이 6월을 가리키면 마음이 아프다. 6·25전쟁 당시 낙동강 일원에서 치열한 전투가 벌어져 수천명의 인명이 희생됐다. 그런데 이 전투에서 전사한 군인 가운데는 군번도 없이 참전한 소년병 상당수가 포함돼 있었다는 것이다. 당시 소년병들은 소집대상이 아닌 17세 미만으로 위기에 처한 조국을 구하겠다는 일념으로 참가했다가 이름모를 산자락에서 어머니를 부르며 산화했다. 거창한 국가관이 없더라도 전장에서 죽기에는 그들의 나이가 너무 어렸다. 그리고 50여년이 흐르고 각박해져 가는 21세기초 사람들은 의인(義人)이 별로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공동체가 어려움에 부닥치면 어김없이 의인은 나타났다. 크게는 독립과 민주화를 위해,작게는 수많은 재난현장에서 고귀한 꽃으로 피어났다. 그리하여 의인들은 감격과 신뢰,희망으로 살아있다. 불과 얼마전에 화재현장에서 주민을 구하다 순직한 소방관이 있었고 올림픽대교에서 임무 수행중에 불의의 사고로 순직한 군인도 있었다. 이들은 진정한 의인이자 영웅이다. 어려울 때 저력을 발휘하는 우리 민족이기에 공직자들뿐 아니라 민간차원의 의인과 영웅도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며칠전 독도 앞바다에서는 두 젊은이의 유해가 뿌려졌다. 이들은 '독도의 자주권'을 위해 자신의 돈을 써가며 자발적으로 활동하다가 사고로 목숨을 잃은 민간단체 '독도수비대'간부들이었다. 1997년 IMF체제에 들어가자 국민들은 경악했고 부끄러워했다. 장롱 속에 깊숙이 묻어뒀던 돌반지와 금가락지를 모두 들고 나왔고 한국경제의 조속한 회복을 빌고 또 빌었다. '금 모으기'에 동참했던 국민은 6·25전쟁 이후 최대 위기에서 나라를 구해낸 의인이자 영웅이었다. 잠시 일상을 멈추고 무명의 소년병을,순직한 소방관과 군인들을,독도 앞바다에 뿌려진 독도 수비대원들의 영혼을 위해 묵념의 시간을 갖자. 6월에는 아니 최소한 현충일인 내일만이라도 희생정신과 애국심에 대해 생각하자. 오늘의 삶은 지난날 국가와 민족을 위해 목숨을 바친 분들의 고귀한 희생 위에 서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