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민간부문(기업과 개인)의 금융자산이 꾸준히 늘고 있지만 여전히 미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확대되고 있는 자산운용의 변동성, 단기화 및 안전성 중시경향은 기업의 중장기자금조달을 곤란하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민간부문 금융자산운용의 특징과 시사점'에 따르면 개인과 기업부문의 금융자산은 95-2000년 연평균 11.4% 증가해 지난해말 현재 1천250조3천억원에 달했다. 개인부문의 금융자산은 지난해말 현재 799조5천억원으로 98-2000년 연평균 8.9% 증가한 반면 기업은 450조8천억원으로 2.5% 증가에 그쳤다. 지난해 민간금융자산의 명목GNI(국민총소득)대비 배율은 2.43배로 미국 4.1배, 일본 4.12배에는 미치지 못했다. 한국은행은 실물자산과 금융자산비중을 비교하더라도 97년말 현재 일본의 금융자산비중(44.6%)은 토지.주택 등 실물자산 보유선호 등으로 미국(63.1%)보다 낮은 수준이었지만 우리나라는 27%로 더 낮다고 밝혔다. ◆금융기관 예치 늘고 유가증권 투자는 축소 금융기관예치금은 외환위기 이전인 98년 16조원이 늘어나는데 그쳤지만 이후인2000년에는 99조원이 증가했다. 반면 유가증권 투자는 98년 34조원이 늘었지만 지난해는 오히려 15조원이 감소했다. 대우사태(99년 7월)이후 금융시장 불안 등에 따른 수익증권 환매로 저축성예금이 크게 증가했고 단기대기성 자금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 금융기관예치금 증감액을 보면 저축성예금이 76조원이 늘었고 양도성예금증서(CD) 등 시장형상품이 13조원, 요구불예금이 5조원 늘었다. 반면 은행신탁은 24조원 감소했고 종금사예치금도 2조원 줄었다. 생명보험.연금은 17조원 늘었다. 유가증권은 대우채권 환매와 증시침체의 영향으로 주식투자(주식 및 수익증권)가 11조원 감소했고 채권(회사채, 수익증권 등)투자도 4조원 줄었다. ◆수익성 보다 안전성 중시.단기부동화 진전 기업과 금융기관의 부도위험으로 안전성 중시경향이 두드러졌다. 금융자산에서 차지하는 저축성예금 비중은 외환위기 이전 16.6%였으나 대우사태이후 80% 수준에 달했다. 금융시장의 불확실성 등으로 금융자산운용이 단기화됐다. 외환위기 이전 4조-7조원 수준에서 움직이던 단기금융자산(요구불예금, 시장형예금, 종금사예치금) 규모(증감액)가 98-99년 일시적으로 마이너스였다가 지난해들어 그 규모가 16조원 수준으로 크게 증가했다. 금융기관 수신의 기간별구성에서도 지난 4월중 단기수신비중(44.3%)이 지난해 12월(42.7%)보다 더 높아진 것으로 나타나 자산운용의 단기화현상은 지속되고 있다. 강태중 자금순환통계팀 조사역은 민간부문 자산운용의 단기화는 경제운용의 불확실성을 증대시키고 기업의 중장기자금조달을 곤란하게 한다면서 기업 및 금융구조조정의 실효성있는 추진과 부실기업 상시퇴출시스템 조기 구축을 통해 신용위험에대한 불안을 해소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진병태기자 jbt@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