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한 노을을 배경으로 우수에 찬 그녀는 그다지 움직임도 없이 고독해 보인다. 이윽고 초콜릿을 한 입 먹은 그녀가 미소를 띄운다. "가나와 함께라면 고독마저 감미롭다" 어찌보면 단순하기까지 한 가나 초콜릿 광고는 마름질과 바느질이 치밀해서 봉합선이 거의 보이지 않는 비단옷이라 할 것이다. 그만큼 카피의 단어선정과 화면의 이미지 구성이 치밀해서 단순해 보이는 광고라는 말이다. 달콤하기만 할 것 같은 초콜릿의 첫 맛을 사랑이나 행복에 비유하기보다 쌉쌀한 뒷맛을 고독과 연결한 발상이 가슴을 울린다. 이는 우연한 선택이 아니라 초콜릿의 주 타깃인 10대 소녀들의 심리를 주도면밀하게 분석한 연후에야 가능한 것이다. 그것은 "전략의 핵심은 바로 타깃"이라고 강조해 온 제작자 고(故) 강정문 대홍기획 대표의 지론이기도 했다. 게다가 당시 경쟁제품이 부드러운 맛으로 시장을 완전히 역전한 상태에서 제품고유의 진한 맛을 단점이라고 회피하기보다 고독과의 연결고리로 삼아 강점으로 부각시킨 안목은 과히 탁월한 전략이라 아니 할 수 없다. 모델의 의상에서부터 노을지는 통나무집까지 초콜릿의 갈색을 연상시키는 전체적인 톤은 그 쌉살한 고독을 보는 이의 가슴에 아련하게 녹아들게 한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보다는 고독이 더 사무치는 감정인지는 사랑의 노래보다 실연의 노래가 더 절절한 것에서도 알 수 있다. 고독마저도 감미롭게 만든 가나 광고의 위력은 단 1개월만에 시장을 완전히 재역전시킬 정도였다고 한다. 여러해 방황 끝에 요새 다시 감미로운 고독으로 돌아온 가나광고를 보면 더 이상 강대표도 고독하지 않을런지... 경원대 신문방송학과 김희진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