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전 금융감독위원회 기자실에는 뜻하지 않은 손님이 찾아왔다. 참여연대 김기식 정책실장과 태평양법무법인의 김주영 변호사가 그들이었다. 이들이 꺼낸 화두는 '진실게임'. 김 변호사가 밝힌 진실(?)의 내용은 충격적이다. 이 전에 삼성차 부채 처리 과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1999년 6월 삼성차의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도의적 차원'에서 부채상환용으로 삼성생명 주식 4백만주(주당 70만원으로 쳤을때 2조4천5백억원어치)를 내놨다. 만약 부족하면 삼성계열 31개사가 부족분을 분담한다고 채권단과 합의했다. 삼성은 그러나 계열사들이 삼성차 부채를 분담키로 한 결정이 자의가 아니라 채권단의 강압에 의한 불가피한 결정이었다고 주장했었다. 참여연대는 이를 믿고 "삼성차 부채와 상관없는 계열사들이 삼성차 빚을 갚느라 피해를 보는 것은 불가하다"며 작년 12월 합의문 이행금지를 요청하는 소송을 냈었다. 그런데 이날 갑자기 참여연대측은 소를 취하하겠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그 이유로 지난 5월초 입수했다는 협상자료를 제시했다. 내용은 크게 두가지. 삼성측이 자발적으로 자동차 손실을 계열사에 떠넘겼다는 사실이고 또 하나는 삼성측이 이를 이사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 실장은 "삼성전자 경영진이 채권단 합의 이후 삼성전자 이사회를 열어 채권단이 계열사 손실분담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합의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삼성측은 "채권단이 여신회수 등의 압력을 행사했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합의된 것"이라고 즉각 반박했다. 어느 쪽 말이 맞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진실여부에 상관없이 양측 모두 타격을 입게 됐다. 삼성은 이번 일로 '초일류기업'이라는 대외이미지에 흠집을 냈다. 참여연대도 삼성측 주장만 믿고 소송을 제기했다가 스스로 소를 취하하는 우를 범하고 말았다. 어쨌든 삼성차 처리가 혈세를 축내선 안된다는 대전제 아래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박수진 금융부 기자 park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