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윤리위 등을 통한 진상확인이 필요하다" 민주당 김민석 의원이 2일 정동영 최고위원을 또다시 도마위에 올렸다. 지난달 31일 의원 워크숍에서 "김대중 대통령과의 면담약속을 어기고 성명파에 가담했다"며 정 위원의 도덕성에 흠집을 가한데 이어진 후속타인 셈이다. "윤리위에서 잘못이 드러날 경우 상응한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도 했다. 당 차원으로 논란을 확전(擴戰)시키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힌 것이다. 이에대해 당사자인 정 위원은 물론 그날 동석했던 천정배 의원도 "근거없는 주장"이라고 맞서고 있다. 사실확인을 위해 거짓말 탐지기라도 동원해야 할 판이다. 그러나 정작 정풍(整風) 파동의 불씨를 댕겼던 당정쇄신 문제는 수면아래로 다시 잠수한 느낌이다. 4일 청와대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정쇄신 방안이 논의된다고 하지만 "이제 청와대 비서진 개편 등 당정 인사쇄신은 장기 과제로 넘어간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정가의 대체적 견해다. 김중권 대표의 사표가 반려된 것이나 안 전 법무장관 해프닝을 김 대통령이 "내탓"이라며 유감을 표명한 사실이 이같은 분석을 뒷받침하는 반증들이다. 결국 민심이반을 초래했던 핵심은 뒷전인 채 곁가지 논쟁만 재점화될 조짐을 보이는 것이다. 김 의원은 "약속이행 등 절차 문제 또한 당정쇄신이라는 본질과 마찬가지로 중요하다"고 거듭 주장하지만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이 김 의원의 생각에 얼마나 동조할지는 미지수다. 사실 이번에 개혁소장파들이 가장 문제삼고 나선 비선(秘線) 혁파는 현 정권에 국한된 과제는 아니었다. 김영삼 정권 시절,"얼굴없는 소통령" 김현철씨(김 전 대통령의 차남)의 국정개입과 비리 의혹이 가뜩이나 어려운 정국을 몇차례나 미궁속에 빠뜨렸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집권 말기에 가까울수록 권력누수 현상으로 비선조직이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이치다. 어쩌면 이 정권의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호기가 "태산명동 서일필"(소문에 비해 왜소한 결과)식이 되지나 않을까 우려된다. 김병일 정치부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