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망 벤처로 알려졌던 일부 기업들의 진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지한정보통신이 그중 한 예다. 검찰에 따르면 이 회사가 독자 개발했다고 발표한 무인민원서류 발급기는 타사 제품을 사서 일부 장치만 조립한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이 회사의 대표는 작년 7월 중소기업청으로부터 이달의 벤처기업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벤처정책을 총괄하는 정부의 주무부처까지 속았다는 얘기다. 잘나가는 벤처로 포장했다가 들통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마이컴과 위성방송 수신기를 만드는 우량기업으로 소문났던 프로칩스가 또 다른 사례다. 일부 증권사는 이 회사가 부도나기 한달전인 지난 2월까지도 매수를 추천했었다. 초우량기업이라는 회사측 자료를 애널리스트들은 그대로 믿었고 개인투자자들은 낭패를 맛봐야 했다. 지한정보통신과 프로칩스 사건은 한국 자본시장의 취약한 진실 검증능력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들이다. 검증능력을 높이는 최선의 방법은 무엇일까.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미국도 투자분석가들이 기업에 속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검증능력의 한계를 실토했다. 물론 이는 직접적인 검증만을 생각했을 때의 경우다. 간접적으로 '껍데기 벤처'의 입지를 최소화하는 방법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허위사실을 유포해 유망벤처로 행세한 기업인들에게는 철퇴를 내려야 한다는 것. 시장에서의 퇴출을 활성화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코스닥이 활성화되면서 진입 문은 활짝 열렸지만 퇴출 문은 제대로 열리지 않았다는 지적이 많다. 나스닥이 다산다사(多産多死)의 생태계로 끈질긴 생명력을 이어가는 것처럼 한국의 자본시장도 이제는 다산뿐 아니라 다사,즉 퇴출의 필요성을 고민해야할 때가 됐다. 다산벤처가 최근 벤처관련 오피니언 리더 1백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코스닥시장의 당면과제로 시장감독과 퇴출기능의 강화(46%)를 가장 많이 꼽은 것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껍데기 벤처가 속속 사라져야 목숨걸고 기술개발에 나서는 진정한 벤처의 명예가 회복될 수 있을 것이다. 오광진 벤처중기부 기자 kjoh@hankyung.com